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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원·달러 환율 상승, 이제 끝이 보인다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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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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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우리 환율에 크게 영향을 주는 미국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이유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있다. 물가상승률이 높기에 연준은 금리를 올리고, 금리 인상은 달러 가치 상승을 초래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금리와 원·달러 환율의 경로는 미국 물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비 9.1%로 1981년 11월(9.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7, 8월에는 물가상승률이 각각 8.5%와 8.3%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물가를 결정하는 요인을 보면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 유가 하락이 물가상승률을 낮출 것이다. 지난 6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지난 주말에는 79달러까지 급락했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유가상승률은 물가상승률과 높은 상관관계(상관계수 0.78)를 갖고 1개월 정도 선행했다.

다음으로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물가 안정을 초래할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하면서 지난해 12월 전망(4.0%)보다 크게 낮췄다. 6월과 9월 FOMC에서는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7%와 0.2%로 더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제성장률을 더 떨어뜨릴 것이다. 필자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마이너스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폭이 더 깊어진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미국 기업이 고용을 줄이기 시작했는데, 고용 감소는 주식 등 자산 가격 하락과 더불어 소비를 더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GDP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광의통화(M2)도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릴 것이다. 화폐수량설에 따르면, 적정 M2 증가율은 명목 GDP 성장률에서 유통속도 변화율을 뺀 것과 같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연준의 통화 공급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2020년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연준은 통화 공급을 급격하게 늘렸다. 2020년 2분기에서 2021년 1분기 동안 미국의 M2 증가율은 화폐수량설에 근거한 적정 통화증가율보다 25.6%포인트나 더 높았다. 과다한 통화 공급이 높은 물가상승률을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부터 통화증가율이 대폭 떨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이후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양적 축소로 통화증가율이 적정 수준보다 낮아지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M2 증가율이 적정 통화증가율보다 3.6%포인트 밑돌았다. 2008년 이후의 통계로 분석해보면 통화증가율이 5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물가 결정 요인을 고려하면 빠르면 올 연말에는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도 마무리되고, 조만간 달러 가치가 하락 추세로 전환할 확률이 높다. 원화 가치도 점차 상승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한국일보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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