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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오늘 버린 쓰레기 AI가 골라내고, GPS가 재활용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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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로 분리수거·재활용… ‘폐기물처리 스타트업’이 뜬다

국내 스타트업 에이트테크는 재활용 사업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쓰레기를 14가지 품목으로 자동 분류하는 AI(인공지능) 로봇을 납품하고 있다. 철제 팔이 달린 이 로봇은 ‘한국 쓰레기’에 특화된 두뇌를 갖고 있어 이물질이 묻어 있거나 라벨이 붙어 있는 쓰레기도 정확하게 구별한다. 40만건 이상의 국내 데이터를 학습한 덕분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전 세계 스타트업이 투자 기근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에이트테크는 수십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첨단 IT 기술로 무장한 ‘쓰레기 처리’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산업 전 분야에서 재활용 소재 사용과 친환경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자 쓰레기 분류·재활용에 특화된 스타트업이 뜨는 것이다. 친환경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소풍벤처스의 한상엽 대표는 “대기업이 Z세대를 겨냥해 친환경 부품·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사례가 늘고, 유럽 등지에서 폐기물 규제를 강화하면서 ‘쓰레기를 잘 다루는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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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톰라는 100개가 넘는 빈 음료 용기를 한 번에 분류·집계할 수 있는 재활용 자판기 'R1'을 2020년 개발했다(왼쪽). 국내 스타트업 수퍼빈의 쓰레기 수집 로봇 '네프론'은 내부에 AI 카메라가 달려 있어 플라스틱병과 캔 등을 정확히 인식한다. /톰라·수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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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로 분류하고, GPS로 추적하고, 로봇이 수거하고

스타트업 리코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이 탑재된 전용차로 기업 폐기물을 수집해 재활용 공장으로 운반한다. 고객은 배출한 폐기물의 탄소배출량과 재활용 결과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업 고객은 2000곳을 돌파했다. 이큐브랩은 태양광 에너지로 쓰레기를 압축하는 쓰레기통을 세계 60여 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반 쓰레기통보다 적재 용량이 최대 5배 크다. 넷스파는 폐어망과 같은 해양 쓰레기를 재활용해 나일론을 생산한다. 또 다른 해양 쓰레기 처리 전문 스타트업 포어시스도 AI 분류 기술로 해양 폐기물에서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분리한다. 수퍼빈의 자판기 모양의 AI 로봇 ‘네프론’은 입구에 페트병·캔·배달용기 뚜껑 등을 넣으면 안에 달린 AI 카메라가 쓰레기의 크기·모양을 인식해 98% 정확도로 선별·분류한다. 수거한 쓰레기는 연말부터 경기 화성의 폐기물 가공 공장에서 고품질 페트 플레이크(작은 플라스틱 조각)로 재탄생하게 된다.

투자업계에서도 쓰레기 처리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리코는 작년 말 12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분리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어글리랩은 올 초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 올 상반기 수퍼빈은 1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5년 안에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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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유니콘 오르고, 연매출 1조원 넘어

해외에서도 미국 루비콘, 노르웨이 톰라 등 쓰레기 처리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에 올랐다. ‘쓰레기 업계의 우버’로 불리는 미국 루비콘은 AI·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쓰레기 수거 업체에 최적의 수거 시간·경로를 알려준다. 세계 1위 재활용 로봇 회사인 톰라는 대용량 플라스틱병·캔 수거 기기를 개발해 연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한다.

친환경 경영이 중요해진 글로벌 기업들도 쓰레기 처리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플라스틱에너지는 토털에너지·엑손모빌 등 세계적인 석유·화학 기업과 재활용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코카콜라·펩시·에비앙·록시탕·로레알 등은 폐플라스틱으로 음료 병이나 용기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의류 브랜드 H&M·아디다스도 수년 내에 모든 제품을 친환경·재생 섬유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주요 화장품 회사들은 용기가 일정 부분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납품을 거부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병에 재활용 플라스틱이 최소 30%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전 세계 대기업들이 한 해 필요한 재활용 소재는 한 곳당 수십만·수백만톤인데 이를 공급하는 기업은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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