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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中企·서민 지원대책에, 보이스피싱 주의보가 담긴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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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지난 27일 금융위원회는 신용점수와 소득이 낮은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 금융 상품(대출)을 29일부터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소기업을 위해 금리를 낮춘 고정금리 대출 상품도 30일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는 이들 정책 금융 상품을 설명하는 각각의 보도자료에서 한 페이지씩을 할애해 ‘보이스피싱·사칭 문자’ 등에 대한 주의 사항을 담았습니다.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먼저 전화나 문자를 통해 대출을 알선하지 않는다”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URL(인터넷 주소)을 절대 누르면 안 된다”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보도자료의 주된 내용이 새로운 정책 금융 상품에 대한 설명인지, 아니면 보이스피싱 예방법인지 얼핏 헷갈릴 정도입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과 스미싱(문자 사기)이 워낙 기승을 부리다 보니 정책 금융 상품이 시중에 출시되기도 전에 사기에 악용될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정책 금융 지원 대상자니 신청하라’는 가짜 문자를 받아봤을 겁니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주의해야 할 일이지요.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의 대출을 찾으려 노력하는 중소기업이나 서민들까지 사기의 위험에도 노출된다는 것은 서글픈 일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나오다 보니 이러한 ‘가짜 문자’ 발송이 크게 늘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은행 사칭, 문자 사기 의심 문자는 2020년 1분기 6만2000건에서 지난해 2분기에는 30만4000건까지 증가했습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짜 문자·전화 등에서 출발하는 대출 사기 피해 금액은 2017년 1503억원에서 지난해 6003억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올해도 7월까지 관련 피해 금액이 2354억원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을 시도하는 사기범들은 주로 해외를 거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책 금융 상품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사기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알아서 조심하라’고 안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예방책’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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