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40년 실내악 장수 비결?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아는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명문 실내악단 ‘타카치 4중주단’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 영입

10월4일부터 전국 순회 공연

조선일보

타카치 4중주단. 왼쪽부터 리처드 용재 오닐, 안드라스 페예르, 하루미 로즈, 에드워드 듀슨베리. 크리디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타카치 4중주단은 1975년 결성 이후 40여 년간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명문 실내악단이다. 최근 이 팀은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4)을 영입해 국내에서 더욱 친숙해졌다. 용재 오닐 합류 이후 이 팀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10월 4~10일 전국 도시 6곳에서 열리는 내한 공연을 앞두고 제1 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에드워드 듀슨베리(54)와 25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용재 오닐 영입의 뒷이야기에서 출발했다. 듀슨베리는 “칠순을 맞은 전임자가 은퇴하면서 공석이 생겼고 후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용재 오닐이 최종 오디션 3인에 포함됐다. 용재 오닐이 실내악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우리와도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용재 오닐은 스승인 강효 미(美) 줄리아드 교수가 1994년 창단한 세종솔로이스츠, 뉴욕 링컨 센터의 실내악 단체인 체임버 소사이어티의 단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그 뒤 에네스 4중주단을 거쳐서 타카치 4중주단에 합류했다. 용재 오닐이 합류한 뒤 이들이 펴낸 멘델스존 남매의 4중주 음반과 하이든 4중주 음반도 외국 전문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

다음 달 내한 공연을 갖는 타카치 4중주단. 왼쪽부터 에드워드 듀슨베리, 하루미 로즈, 안드라스 페예르, 리처드 용재 오닐. /크레디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 양키스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명문 구단들은 부단한 감독이나 선수 교체에도 같은 팀이라고 부른다. 타카치 4중주단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1975년 헝가리 리스트 음악원 재학생들이 창단한 팀. 원년 멤버 중에서는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예르(67)가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93년부터 이 팀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의 듀슨베리는 ‘2기 멤버’, 최근 합류한 용재 오닐과 일본계 제2 바이올린 주자 하루미 로즈(43)는 ‘3기 멤버’에 해당한다. 듀슨베리는 “당초 헝가리의 전통적 색채가 강했던 팀에서 점차 국제적인 악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젊은 멤버들의 합류로 생기와 에너지가 더해진 것도 차이”라고 말했다.

듀슨베리는 국내에도 출간된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아트북스)을 펴낸 글쓰는 음악인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1995년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으로 순회 연주를 하던 도중에 원년 비올라 연주자를 골암(骨癌)으로 떠나보내는 과정을 묘사한 대목은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당시 그는 솔직한 감정을 이렇게 썼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볼 수 없어서 연주를 했다. 몸으로는 연주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의 소식으로 돌이킬 수 없이 균열되기 시작했다. 음악은 위안이 되지 못했다.”

인터뷰에서 듀슨베리는 “실제로 4중주단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연습하고 무대에 서기 때문에 직장보다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라며 “의견 차이와 충돌은 불가피하지만 그조차도 인간적·음악적으로는 성장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음악적 가족 사이에 불화를 줄이는 방법은 뭘까.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언제 말하고(when to talk) 언제 입을 닫아야 하는지(when to shut up) 아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말을 들으니 이들은 갈등조차 실내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