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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애플 쇼크에 위안화 급락... 한국경제, 파운드화 이어 ‘더플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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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회복 실마리 못찾아

코로나 봉쇄령으로 내수 큰 타격

“달러 강세 속에 고전 거듭할 것”

조선일보

중국 위안화 지폐/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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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장중 1440원 선까지 뚫고 올라갈 정도로 원화 가치가 급락한 것은 중국의 경기 둔화 공포로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원화 값이 위안화 가치와 연동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6일 파운드화 폭락 쇼크로 1430원 선을 뚫고 오른 데 이어, 이틀 만에 위안화 하락 펀치를 한 번 더 얻어맞아 1440원 벽도 깨뜨린 것이다. 한국 경제가 대외 변수에 의해 요동치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위안화 가치 2008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

이날 위안화는 장중 달러당 7.24위안 안팎에서 거래됐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2위안을 넘은 건 2008년 2월 이후 14년 7개월 만이다. 2010년 개설된 홍콩 역외 환율 시장에서도 달러당 7.23위안 정도에 거래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14.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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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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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가치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가 무너질 정도로 위안화 값이 뚝 떨어진 건 달러 강세 속에 중국 경제가 고전을 거듭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14의 중국 내 판매량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올해 아이폰 생산을 최대 600만대 늘리려던 계획을 철회했다는 뉴스가 충격으로 다가와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중국의 내수 전망이 그만큼 나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6일 세계은행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에서 2.8%로 크게 낮춰 중국 정부의 전망치(5.5%)의 절반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개발도상 22국의 성장률 평균치를 5.3%로 예상했는데, 이에 따라 중국의 성장률이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아시아 개발도상국 평균치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3.2%로 대폭 떨어뜨렸다.

◇봉쇄령과 부동산 침체로 경기 하강 빨라져

세계은행과 OECD가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건 올해 ‘제로(0)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령으로 내수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중국의 경기가 갈수록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8월 누적 공업 기업 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지난 1~6월에는 누적으로 공업 이익이 전년 대비 1% 증가했지만, 7~8월에 폭염과 전력난 여파로 여름을 지나며 경기가 크게 주저앉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글로벌 물류기업 페덱스의 라지 수브라마니암 최고경영자는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이 코로나 봉쇄 수위를 조금씩 낮추면서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6월 이후 매주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중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정부 규제와 경기 침체로 돈줄이 마른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사를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완성 상태로 방치된 주택이 중국 전역에 200만채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빚을 내 분양 대금을 치렀지만 공사가 멈춰 입주를 못 하게 된 중국인들이 대출 상환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대출의 29.1%가 부실 대출로 분류됐고, 이런 부실 대출은 액수로는 약 3000조원에 이른다.

◇中 당국, 4년 만에 외환시장 개입

주요 외신들은 중국 당국이 고시하는 환율에서 일정한 상하 변동 폭을 두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워낙 달러 강세가 두드러져 위안·달러 환율이 오르는 걸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끌어올리는 조치를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조치는 2018년 이후 처음 나온 것으로서 중국이 외환시장에 4년 만에 개입했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들은 위안화 선물환을 거래할 때 거래액의 20%에 해당하는 외화를 인민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금융회사들이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기회비용을 증가시켜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민은행이 강력하게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위안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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