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6 (일)

“우크라 가서 전사하면 모든 죄가 씻길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러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 국민 전쟁 내모는 ‘망언’잇따라

조선일보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 키릴 총대주교가 국민을 상대로 연일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종용하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정교회는 로마 가톨릭교회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큰 기독교 교단 ‘동방정교회’ 소속으로, 러시아 국민 대다수를 신도로 두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키릴 총대주교는 지난 25일 모스크바 인근 교회에서 이루어진 한 강론에서 “만약 누군가 소명에 충실하고 병역 의무를 수행하다 죽는다면 그는 희생에 버금가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기에 한 사람이 저지른 모든 죄를 씻어준다고 생각한다”며 전쟁터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예수에 비교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 이후, 이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지난 5월에는 우크라이나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 러시아의 침공을 서방과의 성전(聖戰)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발동한 이후에는 예배 도중 참전을 독려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동원령이 발표된 21일 “용맹하게 (전쟁터로) 가서 병역 의무를 다하라”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은 하나님이 계신 천국에서 영광과 영생을 누린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했다.

국제사회 종교계는 키릴 총대주교의 행보를 비난하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산하에 있던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지난 5월 “키릴 총대주교의 전쟁에 대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전이 지속되는 한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지 않겠다”며 “푸틴의 복사(미사에서 사제의 보조를 서는 동자)를 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영국은 지난 6월 키릴 총대주교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유럽연합(EU)도 6차 러시아 제재안 초안에 키릴 총대주교를 포함시켰으나, 헝가리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나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