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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터미널 확보 경쟁 치열한데… 한국은 아직도 ‘한진해운 파산’ 이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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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호황기에 쌓은 현금을 바탕으로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을 확보하거나, 신규 터미널을 개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우리 해운업계는 여전히 ‘한진해운 파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해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인프라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선복량(적재능력) 기준 세계 1위에 오른 해운사 MSC는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 허치슨포트(Hutchison Ports)와 함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을 개발하기로 했다. 2027년부터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총 5개의 선석(선박 접안 장소)을 갖춰 연간 20피트 컨테이너(TEU) 700만개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부산신항에 정박한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에 컨테이너가 실리고 있다. /HMM 제공



MSC는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자회사 TIL을 통해서도 터미널 사업을 하고 있다. TIL은 27개국 40개의 컨테이너 터미널(지분 10% 이상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에 따르면 MSC와 TIL이 보유한 컨테이너 터미널의 연간 처리량은 2016년 3620만TEU에서 지난해 5780만TEU로 59.7% 늘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5년 동안 경쟁적으로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을 늘리거나, 신규 터미널을 개발했다. 중국 해운사 코스코(COSCO)가 확보한 컨테이너 터미널의 연간 처리량은 2016년 8550만TEU에서 2021년 1억1060만TEU로 29.4% 늘었다. 같은 기간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Maersk Line)의 자회사 APM터미널스(Terminals)의 컨테이너 터미널 연간 처리량도 6930만TEU에서 9210만TEU로 32.9% 증가했다.

해운사가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을 갖고 있으면 우선 입항해 선적·하역할 수 있다. 항만비용도 원가에 준하는 수준으로 낼 수 있다. 물류난이 심하거나 해운업계가 불황일 때 컨테이너 터미널이 해운사 경영에 큰 보탬이 된다는 의미다. 최근 컨테이너선 수요 전망치는 꺾이고 있지만 컨테이너 터미널 용량(Capacity)은 2026년까지 연평균 2.4%씩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HMM도 보유한 컨테이너 터미널의 연간 처리량이 2016년 494만TEU에서 지난해 1189만TEU로 2배 넘게 늘었다. 다만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전인 2015년에 한진해운과 HMM(당시 현대상선)의 처리량 1740만TEU에는 못 미친다.

HMM은 2020년 하반기에 컨테이너 터미널 확보를 위해 북미 투자를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해운시장이 호황에 접어들면서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했다. HMM은 올해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면서 2026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해 터미널과 선박 등 핵심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다시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정부가 터미널과 같은 핵심 인프라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갖고 있던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대부분을 외국적 선사에 넘겨줬는데, 지금은 사고 싶어도 못 산다”며 “정부가 해운사에 자금 지원을 해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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