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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한은 “10년물 국채금리 오버슈팅”…추가 개입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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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은행이 채권시장에 총 5조원을 긴급 수혈하기로 한 것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국고채 금리가 폭등하는 등 ‘금리 발작’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시장금리의 벤치마크(기준점) 역할을 하는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과도하게 치솟은 점을 우려해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향후 국고채 10년물 금리의 오버슈팅(overshooting·일시적 급등)이 지속될 경우 경우 추가 개입을 단행하겠다고 시사했다.

조선비즈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입구.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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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번 국고채 단순매입은 10년물을 포함한 중장기 국고채 금리 급변동 완화가 목표”라며 “최근 우리나라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른 국가에 비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고채 단순매입 이후에도 중장기 국고채 금리 오버슈팅이 이어질 경우 추가 단순매입을 포함한 후속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하이투자증권이 이달 19일부터 27일까지 주요 27개 국가들의 국채 10년물 금리 변동폭을 살펴본 결과, 한국의 금리 상승폭은 영국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영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19일 3.2% 수준에서 27일 4.2%대까지 100bp(1bp=0.0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목표로 내놓은 약 70조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안의 후폭풍인데, 재원 조달을 위한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국채 금리는 치솟고 파운화 가치는 추락했다.

한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 기간 54.8bp 상승했는데, 이는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폭인 38.86bp보다 높은 수준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로 자리잡고 있는 최종 정책금리 수준이 한국 대비 미국이 최소 100bp 더 높은 점을 고려하면 한국 국채 금리 변동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전 세계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국채 금리 상승세가 유독 컸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26일 기준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국채 3년물 금리는 연 4.5%를 돌파했고, 10년물 금리도 4.3%를 넘어서는 등 국채 금리가 전구간에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채권시장이 발작 수준을 넘어 ‘패닉’ 상태에 빠지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5조원을 긴급 투입한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2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buy-back·국채 조기 상환)을 오는 30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바이백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다시 거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에서 이뤄지는 자사주 매입과 비슷한데, 떨어진 국채 가격을 끌어올리는(국채 금리는 하락) 효과를 낸다. 한국은행도 “최근의 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다”고 했다.

실제 정부와 한국은행의 발표 이후 국채 금리 상승폭이 상당 부분 되돌려지는 등 단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장중 4.5% 목전까지 급등했던 국채 3년물 금리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장 안정화 발표 이후 상승폭을 9bp 정도 되돌렸다. 10년물 금리도 장중 4.426%까지 뛰었다가 4.332%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시장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이번 시장 개입이 중장기적인 채권시장 약세 추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국채 매입과 바이백은 규모 면에서는 충분하지 않지만, 한은과 기재부가 공동으로 국채시장 불안에 대응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 제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임재균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정부와 중앙은행의 금융시장 대응은 단기간 채권시장에 긍정적”이라며 “다만 최근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이 연준의 강한 긴축과 영국 금융시장의 불안 등 외부 요인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응이 중장기적인 채권시장 추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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