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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세금 9조원 덜 걷히는데… 정부 “유류세 인하 효과 측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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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한 유류세 인하로 올해 말까지 약 9조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유류세 인하 혜택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는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름값이 급등할 때마다 유류세 인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효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면 소비자에게 직접 환급해 주는 등 다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1월 12일 유류세 인하가 시작된 때부터 올해 연말까지 세수는 약 8조9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고유가로 국민의 유류비 부담이 커지자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유류세 탄력세율을 20% 인하했고, 5월 1일부터는 인하폭을 30%로 확대했다. 그런데도 기름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난 7월부터는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인하폭을 늘렸다.

조선비즈

지난 2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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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의 세금을 포기하고 시행한 정책이지만,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효과를 소비자, 정유사, 주요소로 구분해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분석의 가정, 기준시점, 방법론 등에 따라 구체적인 유류세 인하분의 시장가격 반영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소 판매 가격에는 정유사 공급가격 외에도 국제유가 반영 시차와 환율, 관세·수입부과금·부가가치세, 업계 유통비용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유류세가 정유사 공장에서 반출될 때 과세되는 특성 역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기재부는 “세율 인하 전 세금이 부과돼 유통된 유류의 재고소진 시기에 따라 최종 소비자 가격 반영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해도 주유소에서 파는 기름값이 제대로 내리지 않아 유류세 인하가 정유사와 주유소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소비자단체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유류세 인하폭이 37%로 확대된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이를 반영한 주유소가 전국 1만908개 주유소 중 139개로 1.3%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제품 가격 안정화를 위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앞으로 지역별로 판매한 석유제품 가격과 판매량을 보고해야 하며, 석유제품의 평균 가격을 일반대리점·주유소 등 판매처별로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지금은 전체 내수 판매량의 평균 판매가격만 공개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사가 어떻게 공급하는지 정확하게 볼 수 있어 가격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역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다 직접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장섭 의원은 이달 초 경기 조정이 필요한 경우 유류에 대한 개별소비세 일정액을 직접 환급해주는 ‘유류세 직접환급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까지 구매한 휘발유 및 경유 가격에서 ℓ당 200원의 개별소비세 환급이 가능하다.

이 의원은 “복잡한 석유제품 유통 구조 탓에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로 기름값을 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름값 인하를 정유사에 맡기는게 아니라 소비자에 환급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성이 큰 지금 경유차 직접환급과 같은 유류세 직접환급제도를 고민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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