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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고]한류 문화산업의 미래는 혁신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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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머니투데이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이수만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일부 기관투자자와의 갈등으로 프로듀싱을 그만둔다는 발표가 있었다. 향후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계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한류를 선도해 온 에스엠이 이수만 프로듀서라는 혁신가 없이 앞으로도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어내고 메타버스 세계로 확장하는 미래 시장을 계속 개척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

그리고 더욱 걱정되는 것은 문화콘텐츠 업계를 지배하는 철학의 변화이다. 창의적 혁신가 대신에 재무적 경영자들이 이 업계를 주도한다면 장기적 보다는 단기적으로, 창의성보다는 효율성 중시로 비즈니스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자칫 이러한 분위기에 휩싸인다면 일본의 반도체가 한국에 넘어갔듯이 다른 국가에 한류가 추월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은 한류로 대변되는 문화콘텐츠에서 탁월한 업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류 대표주자인 K팝의 경우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차트에서 싱글과 앨범 모두 1위를 여러 차례 기록하여 세계적인 아이돌이 되었다. 후배 격인 NCT도 한국 가수 중 2022년 음반 판매 1위를 기록하였고 걸그룹 블랙핑크와 에스파 등도 새로운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여기에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장르가 가세하면서 한국은 문화산업 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창조 분야가 지속 발전하려면 혁신이 유지되어야 한다. 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 홍콩의 영화산업이나 일본의 J팝도 새로움을 만들어내지 못해 시들해졌다.

특정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이끌고 자본이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특히 문화콘텐츠 산업은 그 특성상 창의적이고 혁신적 기업가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하다. 문화콘텐츠는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재이고,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환경 변화가 빠르고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매우 짧아 경쟁자보다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내야 생존할 수 있다.

K팝 산업의 미래를 분석한 혁신이론에 따르면 창의적 프로듀서들이 지속해서 혁신을 감행해야 미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류 문화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것도 혁신가들이 뛰어난 안목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창의적 전략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K팝의 경우 선봉에서 한류를 이끌어 온 에스엠의 이수만과 바로 그 뒤를 이은 박진영, 양현석, 방시혁이라는 걸출한 혁신적 프로듀서가 있다. 특히 HOT라는 최초의 K팝 아이돌을 탄생시킨 이 프로듀서는 국내 시장은 너무 작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일찍부터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결과 2001년 보아의 일본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K팝 산업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이러한 혁신가들의 노력으로 지금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매니지먼트로 이어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체계화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또한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팀이라는 독특한 프로듀싱 전략을 통해 아티스트와 작곡가, 그리고 작사가들의 분석 과정을 거쳐 해당 가수에 가장 잘 맞는 곡을 전 세계로부터 선별해 가수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은 세계 시장에서 쉽게 복제되지 않는 핵심역량임이 틀림없다.

창의적 혁신가란 아무도 간 적 없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이라는 세기적 신제품을 탄생시킴으로써 우리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반면 일본 반도체 산업은 혁신가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곧바로 쇠퇴하고 말았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기업이 세계를 지배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반도체 집적도가 16메가로 넘어가는 시기에 불행히도 일본기업들은 단기적인 재무성과만을 의식해 위험을 감수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 등 한국의 혁신 기업가들은 미래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러한 혁신 리더십 덕분에 한국은 일본을 따돌려 지금까지 세계 1위를 내주지 않았다. 한류 문화산업도 지속해서 혁신해야 한다.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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