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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킹달러’에 무릎 꿇은 中 위안화...1달러=7.5위안 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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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8일 위안화 가치는 역외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7.2647위안까지 오르는 등 7.2위안대를 돌파했다. 역내·역외 환율을 구분해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위안화 가치 하락). 29일 위안화의 역내 환율도 한때 7.25위안을 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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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지폐를 나란히 배치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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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리스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 당분간 위안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9일 “위안화 환율의 상승 또는 하락 일변도에 베팅하지 말라”면서 환투기 세력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위안화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바클리스는 보고서에서 “며칠 전만 해도 당 대회를 앞둔 중국 당국이 달러화 강세를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당분간은 글로벌경제 흐름에 따르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 같다”며 “이 경우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5위안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 환율 이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시장에서 한국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헤지(위험회피)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통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위안화 약세로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커졌다. 한 중국 외환 전문가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대신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원화를 먼저 팔기 때문에 원화의 하락세가 위안화 보다 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14.6%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가 뚝 떨어진 건 달러 강세 속에 중국 경제가 고전을 거듭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14의 중국 내 판매량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올해 아이폰 생산을 최대 600만대 늘리려던 계획을 철회했다는 뉴스가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중국의 내수 전망이 그만큼 나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앞서 지난 26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에서 2.8%로 크게 낮췄다. 중국 정부의 전망치(5.5%)의 절반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개발도상 22국의 성장률 평균치를 5.3%로 예상했는데, 이에 따라 중국의 성장률이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아시아 개발도상국 평균치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8월 누적 공업 기업 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지난 1~6월에는 누적으로 공업 이익이 전년 대비 1% 증가했지만, 7~8월에 폭염과 전력난 여파로 여름을 지나며 경기가 크게 주저앉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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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추이와 28일 아시아 주요 증시 하락폭.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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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도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규제와 경기 침체로 돈줄이 마른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사를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완성 상태로 방치된 주택이 중국 전역에 200만채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대출의 29.1%가 부실 대출로 분류됐다. 관련 부실 대출 규모는 약 3000조원에 이른다.

인민은행은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끌어올리는 조치를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조치는 2018년 이후 처음 나온 것으로서 중국이 외환시장에 4년 만에 개입했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들은 위안화 선물환을 거래할 때 거래액의 20%에 해당하는 외화를 인민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금융회사들이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기회비용을 증가시켜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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