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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내 몸은 내가 지킨다” 신당역 살인사건 이후 호신용품 판매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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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여성 이모(28)씨는 최근 온라인쇼핑몰에서 호신용 삼단봉과 가정용 폐쇄회로(CC)TV를 구매했다. 스토킹 범죄 관련 뉴스들을 많이 접하면서 ‘내 몸은 내가 지킨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최근 흉흉한 뉴스들이 계속 나오면서 퇴근길에 술 마시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신경 쓰이고, 밤길이 더 무서워졌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일단 호신용품이라도 사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철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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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해사건’에 이어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서, 호신용품을 구매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특히 신당역 사건이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옥션·G마켓·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는 이달 스프레이·경보기 등 호신용품 판매량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신용품은 ▲삼단봉 ▲경보기 ▲가스총 ▲최루(후추) 스프레이 등으로,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옥션에서는 전체 고객에 대한 이달 호신용품 판매량이 전월에 비해 16% 증가했다. 특히 여성 고객으로만 놓고 보면 이달 호신용품 판매량은 전월보다 130%로 크게 늘었다. G마켓의 경우 이달 호신용품 판매량과 관련해 전체 고객에 대해선 전월에 비해 60%, 여성 고객에 대해선 35% 각각 늘었다.

11번가에서도 신당역 사건 직후 호신용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1번가에 따르면 신당역 사건이 발생한 이후 2주간(이달 15~27일) 호신용품 판매량은 직전주(9월 2~14일)에 비해 호신용 스프레이 71%, 호신용 경보기 33%, 기타 호신용품 65%으로 증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신당역 사건 이후 호신용품을 구매했다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스토킹 사건처럼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상한 사람만 봐도 잠이 잘 안 온다” “호신용품을 구매해야 할 것 같다”는 등 불안감을 내비쳤다.

호신용품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은 스토킹 관련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중구에서 전 연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김병찬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오픈마켓에서 호신용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최근 스토킹 범죄 관련 사건이 줄이어 보도되고 있는 점도 호신용품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는 연이어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에 국가가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호신용품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신당역 사건이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만큼, 여성들의 불안감도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 중 하나는 생존 욕구인데, 안전하다고 생각한 공공장소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졌다”며 “국가의 제도나 법이 완전하게 나를 지켜주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도 커져 ‘자신의 안위는 자기가 지킨다’는 심리도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당역 사건과 관련해 단순히 정부에서 미봉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호 대책이 있어야 불안한 심리가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복규 기자(bgs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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