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다음 팬데믹은 이렇게”…美 NYT, 한국 시스템 도입한 ‘할리우드 차병원’ 소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LA할리우드 차병원 신축 병동 조감도/차병원그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재유행이 한풀 꺾였지만, 의료계에선 다음 펜데믹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코로나 유행 초기 호된 경험을 한 미국의 병원들은 벌써부터 대비에 나섰다. 준비 없이 맞닥뜨린 위기 상황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질 때는 확진자를 치료하는 음압병동은 물론이고, 일반 병실도 부족해 제 때 치료만 받았어도 살 수 있었던 환자들이 희생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는 잘된 사례’로 국내 병원의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도입한 ‘LA 할리우드 차병원’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다음 팬데믹을 대비하는 미래의 병원들(The Future of Hospitals’: Flexible Space for the Next Pandemic)’이라는 기사에서 ‘LA할리우드 차병원’을 사례로 들며 ‘미국 병원들이 공간을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병실 설계를 다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할리우드 차병원’은 차병원 그룹이 2004년 LA에 있는 ‘장로교 병원’을 6900만 달러에 인수해 설립한 병원이다. 연면적 10만㎡ 규모에 의사 500명, 1인실 500병상, 직원 1500여 명으로 LA안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으로 꼽힌다.

NYT는 할리우드 차병원이 현재 LA의료중심가에 4억 달러(약 4570억원)를 들여 짓고 있는 신축 병동에 집중했다. 지상 4층, 지하 1층 연면적 1만 6068㎡(4860평 ) 규모로 짓는 이 병동에는 국내 차병원에 도입된 감염병 대응시스템이 그대로 이식된다.

환자와 내원객을 구분해 거리두기를 할 수 있도록 대기 공간을 확대하고, 음압 병실 5개를 추가로 마련했다. 혈액 산소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병실을 갖췄다.여기에 환자가 급증해 일반 병상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33개의 1인실은 언제든 다인실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응급실은 증상 및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 중환자 응급진료를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하고, 음압 시스템을 갖춰 감염 걱정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내년 일반에 공개되는 이 병동은 응급실과 입원실, 분만실, 신생아중환자실(NICU), 심장도관 검사실, 수술실 등으로 구성된다.

할리우드 차병원 로힛 바마(Rohit Varma) 최고 의료 책임자(CMO)는 “한국 차병원과 긴밀하게 협력해 코로나 팬데믹 초기부터 드라이브 스루 백신 접종, 환자 면회 제한, 전 직원 및 환자 코로나 검사 등 방역 지침을 적용해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라며 “신축 병동은 다음 팬데믹에 대비할 수 있도록 상황에 따라 그 목적에 맞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건축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차병원은 코로나 유행 초기에도 빠른 대응으로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병원은 2021년 2월 LA에서 처음으로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 백신 예방 접종을 실시한 병원이기도 하다. 그 당시 주차장에 설치한 예방접종 클리닉에서는 시간당 80명의 환자가 예방접종을 받았다고 한다.

NYT는 할리우드 차병원 외에도 샌디에이고 ‘래디어린이병원(Rady Children’s Hospital), 세인트루이스 BJH(Barnes-Jewish Hospital), 애틀랜타 ‘그래디 메모리얼 병원(Grady Memorial Hospital)’ 등을 우수 사례 병원으로 소개하고 “다음 팬데믹에서 이들 병원은 더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코로나19로 건축 설계에 유연성을 강조하는 것은 병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NYT는 “병원 뿐만 아니라 실험실 건물에서 대학 캠퍼스까지 모든 시설에서 유연성이 중요해졌다”라고 했다. 그리고 휠체어를 탄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건축법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된 것처럼 감염병에 대비하는 건축법도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할리우드 차병원은 차병원·바이오그룹이 2004년 인수한 ‘한국 의료 수출 1호 병원’이다. LA현지 종교단체가 운영하던 비영리 병원이 영리로 전환된 지 3년만에 인수한 것이 시초다. 적자를 거듭하던 이 병원을 차병원은 인수 2년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2005년 이후 작년까지 이 병원의 누적 흑자만 4256억원에 이른다. 연간 입원 환자 약 2만명, 응급환자 3만5000명으로 작년 매출만 5126억원을 기록했다. 할리우드 차병원은 차바이오텍의 계열사로 차헬스케어가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해외 병원에 개발 투자하는 곳은 차헬스케어가 유일하다. 차 헬스케어는 현재 미국을 포함한 7개국에 86개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