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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따뜻함과 재미 모두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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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판정을 받은 ‘세연’(염정아)과 그녀의 첫사랑을 찾아주기 위해 애쓰는 무뚝뚝한 남편 ‘진봉’(류승룡)의 이야기다. 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답게 노래와 안무도 연기력으로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내공이 빛난다. 일단 재미있다. ‘택시운전사’, ‘말모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제작사와 ‘극한직업’, ‘완벽한 타인’ 등을 쓴 배세영 작가가 만난 결과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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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가족들에게 헌신만 해 온 ‘세연’은 어느 날 3개월 시한부 통보를 받는다. 그러나 무뚝뚝한 남편, 말문을 닫아버린 고3 아들 ‘서진’(하현상)과 반항기 많은 딸 ‘예진’(김다인)은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참다 못한 세연은 마지막 생일 선물로 남편에게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고 요구하고 ‘진봉’은 이름 석 자만 가지고 무작정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스포츠 영화와 케이퍼 무비를 접목한 데뷔작 ‘스플릿(2016)’과, IMF라는 소재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던 ‘국가 부도의 날’(2018)을 연출한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믿고 보는 배우 류승룡·염정아에, 떠오르는 신예 ‘옹박 커플’(박세완, 옹성우), 박영규-김혜옥-고창석-염혜란 등 톱배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춤과 노래를 직접 소화한 배우들의 노력과 안무 감독, 음악 감독의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다. 무엇보다 뮤지컬에 첫 도전하는 염정아의 변신이 놀랍다. 첫 데이트로 조조영화를 보러 갔던 서울극장에서 세연이 불렀던 첫 노래부터, ‘솔로예찬’ 시퀀스에 등장하는 2D 형식의 컬러풀한 휴게소 장면에서 선보인 대형 군무까지 국중 가무 신이 백미다. 배우들은 정극 연기를 선보이다가도, 가사를 대사처럼 주고 받는 장면이 나오면 바로 안무와 함께 노래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극한직업’, ‘명량’,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부터 넷플릭스 ‘킹덤’까지 매 작품 전 세대 관객을 사로잡아 온 류승룡은 무뚝뚝한 츤데레 남편 ‘진봉’으로 분했다. 초반엔 다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아내를 박대하다 열심히 그녀의 첫사랑을 찾아 나서고, 마지막에 반전의 충격을 선사한다. ‘SKY 캐슬’과 영화 ‘시동’, ‘완벽한 타인’, ‘카트’ 등 변화무쌍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며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염정아가 맹하지만 발랄한 매력을 뽐내는 주부 ‘세연’ 역을 맡았는데, 괴팍한 남편의 핀잔, 사춘기 아들의 무관심과 중2병 딸의 반항에도 언제나 씩씩함을 잃지 않는 세연 캐릭터를 그녀만큼 변화무쌍하게 연기할 배우가 있을까 싶다. 특히 ‘바로 뮤지컬 데뷔해도 되겠다’는 평을 들었다는 염정아는 안무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단짝 친구 ‘현정’(심달기)을 따라 방송반에 놀러 갔다가 동아리 선배 ‘정우’(옹성우)를 보고 첫눈에 반한 ‘어린 세연’ 역은 드라마 ‘최종병기 앨리스’, ‘땐뽀걸즈’, 영화 ‘육사오(6/45)’ 등에서 맹활약한 박세완이 맡았다. 달콤한 미소와 세련된 서울말로 그녀의 첫사랑이 된 방송반 동아리 선배 ‘정우’ 역은 ‘열여덟의 순간’과 ‘경우의 수’, 영화 ‘서울대작전’ 등에서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위력을 발휘한 옹성우가 맡았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가족 무비인 이유는 레트로풍 배경과 음악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 사연을 보내고, 칼릴 지브란의 시집을 읽으며, ‘서울극장’에서 첫 데이트를 하는 주인공들 덕에 관객들은 추억에 잠긴다. 무엇보다 이문세의 ‘조조할인’, ‘알 수 없는 인생’, ‘솔로예찬’, ‘애수’부터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등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를 풍미한 명곡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러닝타임 122분.

[글 최재민 사진 더 램프(주)]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8호 (22.10.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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