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바이오 스타트업 ‘한파’ 지속…VC, 상장사 메자닌 투자 늘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바이오 비상장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벤처캐피털(VC)들이 대안으로 상장사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을 띠는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상장사 전환우선주(CPS)를 사들이면 향후 주식으로 전환해 유통시장에서 매각할 수 있어, 지금 같은 하락장에서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라는 게 VC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정다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바이오 상장사 지놈앤컴퍼니는 CPS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했다. 발행가는 1만8350원으로, 기준 주가(2만355원)보다 10% 가량 낮았다. 인터베스트, IMM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등 메이저 VC들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의 기관이 대거 참여했다.

올릭스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지난 5월 각각 570억원, 486억원 규모의 CPS를 발행했다. 올릭스 CPS 투자자로 IMM인베스트먼트·KB인베스트먼트·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VC들이 참여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릭스 역시 CL인베스터스·SV인베스트먼트·컴퍼니케이파트너스·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VC들을 투자자로 맞았다.

VC들이 상장사 메자닌 투자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상장 문턱이 높아지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증시 불황이 계속되며, 미래 성장성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평가 받는 바이오 업체들의 상장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상장사 메자닌 투자는 비상장사 투자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이다. 바이오 기업은 매출이 없는 경우가 많아,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 있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전환우선주(RCPS)보다는 보통주로의 전환권만 포함된 전환우선주(CPS)를 선호한다.

CPS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환권이 없어 기업이 상장을 하지 않는 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할 방법이 거의 없는데, 상장사의 CPS를 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정 기간이 지나 보통주로 전환한 뒤, 유통시장에서 매각하면 된다. 애초에 시가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데다 리픽싱(전환가액 조정)도 할 수 있어 시세 차익을 얻는 게 가능하다. 한 마디로, 엑시트가 어려운 지분을 유통시장에서 일반 주주들에게 떠넘길 수 있는 셈이다.

한 VC 임원은 “원래 비상장사 투자를 주로 해왔지만, 최근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매력적인 수준까지 떨어진 상장사가 있어 메자닌 투자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시 분위기가 안 좋아 바이오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긴 어려운 상황이나, 그렇다고 아무 투자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한편, 바이오·의료 스타트업에 대한 VC들의 신규 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해 급격히 줄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당 분야의 신규 투자금은 총 6758억원(16.9%)에 불과해, 전년 동기(8066억원) 대비 16%나 감소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1조 4927억)와 유통·서비스(7603억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