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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국채금리 ‘안정’, 원·달러 환율 ‘불안’…“채권·원화·주식 일시적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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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운드화로부터 촉발된 쇼크로 하루 전 ‘패닉’ 상태를 연출한 금융시장이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5조원 규모 시장 안정 조치에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긴급 국채 매입 조치 등이 안정화 재료로 작용했다. 국고채 금리는 대부분 만기 물에서 하락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소폭 내려 1440원선 밑에서 마감했다. 다만 시장에선 ‘반짝’ 안정화한 상태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원 내린 1438.9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무려 15.4원 급락한 1424.5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하락 폭이 축소되면서 전 거래일보다 1.0원 내리는 데 그쳐 마감했다. 전날 연고점으로 터치했던 1440원 선 밑을 지키는 덴 성공했으나,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었다.

조선비즈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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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국채시장은 환율보다는 더욱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대출 금리의 근거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35%포인트(p) 내린 연 4.303%에 마감했다. 특히나 단기물보단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물 낙폭이 컸는데, 10년물 금리는 0.103%p 하락한 연 4.229%로 거래를 마쳤다. 보합 마감한 2년물을 제외한 모든 만기의 국채 금리가 일괄 하락 마감한 모습이었다. 대부분 오전보다 하락세를 키웠다.

환율 소폭 하락을 비롯한 국채 금리 안정화는 전날 정부와 한국은행이 실시한 긴급 안정 조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전날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 매입에 나서기로 했고, 곧이어 기획재정부도 2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국채 조기상환)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해외발 재료도 가담한 모습이었다. 28일(현지 시각) 영국 영란은행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다음 달 14일까지 장기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매입 규모는 최대 50억파운드로 예상됐다. 영란은행 측은 “시장 변동성이 계속되면 영국의 금융 안정성에 중대한 위험이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중국 위안화 가치가 1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강력한 환율 방어 의지를 표명한 것 역시 우리 환율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통상 원화는 중국 위안화를 따라 움직이는 동조 현상을 보인다.

전날 위안·달러 환율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7.2위안선을 넘었다가, 이날 7.1위안대로 내려섰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인민은행이 전날 투기 세력에 대한 구두 개입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의 상승 또는 하락 일변도에 베팅하지 말라”며 “장기간 돈을 걸면 반드시 잃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런 조치가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재부의 바이백 조치도 내일(30일)이면 끝나고, 영란은행의 장기국채 매입 역시 다음 달까지의 일시적 조치”라며 “이날도 주식, 채권, 원화 모두 강세로 가다가 장 막판에 거의 다 뱉어내는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봐서 대세적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영국의 경제 정책 리스크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제학자들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와 쿼지 콰텡 재무장관의 감세안에 대해 점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미국의 경제학자 애덤 포센은 “영국정부의 정책은 터무니없이 무책임하다”며 “중앙은행이 금리를 대폭 올려 이런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트러스 총리와 콰텡 재무장관에게 현재 최선의 방책은 재정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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