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위기론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까지도 경제부총리가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말을 반복했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정부는 최근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도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혼선을 빚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후반으로 급등할 때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다가 1400원을 넘자 한국은행·국민연금공단의 외환 스와프 체결,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등 뒷북 대책을 쏟아냈다.
실제로 경제 위기 징후가 증폭되고 있다. 30일 코스피는 2155.49로 연 저점을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8월 산업 활동 동향을 보더라도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의 생산이 전월보다 14.2%, 전년 동월에 비해 1.7%나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6개월 연속 무역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24시간 국내외 경제 상황 점검 체계를 가동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지금은 안이한 낙관론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세우고 신속하고 치밀하게 위기의 뇌관들을 제거해가야 한다. 또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 개혁, 규제 철폐 등 경제 체질 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논설위원실 논설위원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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