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인상되는 가운데 소상공인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7월 서울 중구 명동 상가에 '폐점'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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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요금 폭탄 맞을까 봐 걱정입니다. 전기료 부담만 매달 70만원 정도는 늘어날 것 같아요.”

서울 서대문구에서 PC방 2곳을 운영하는 50대 임모씨는 2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하면서 이렇게 정을 늘어놨다. 임씨는 “PC방은 전기료가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 절대적인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풀리지 않아 손님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더욱이 10월까지는 에어컨을 켜야 하는데 올해 들어 전기요금이 몇 차례 올라 주변에서 폐업을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이 동시에 오르면서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4분기 전기료를 ㎾h(킬로와트시)당 7.4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미 결정된 ㎾h당 4.9원 인상에 더해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h당 2.5원을 추가로 올린 것이다. 주택·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이달 1일부터 1MJ(메가줄)당 2.7원으로 ‘더블 인상’됐다.

이번 인상으로 PC방과 같이 전기 사용량은 많은 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수도권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코로나19 시기엔 매달 5만~10만원 정도씩 전기요금을 일시적으로 감면해 줬지만 이번 인상으로 감면받은 요금을 고스란히 토해내게 됐다”고 말했다.

식당이나 치킨집 등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밀가루·식용유 가격 인상에 더해 가스요금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들어 밀가루를 포함한 각종 원자잿값이 크게 오른 상태다. 지난달 수입 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가량 올랐다. 옥수수 수입 가격은 같은 기간 50% 가까이 상승했다.

경기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올해 들어 음식값을 메뉴당 1000~3000원 정도 올렸지만 식자재비가 크게 올라 매달 가져가는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며 “이제 가스값도 올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소상공인의 고물가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식품 업계를 중심으로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것도 소상공인에겐 부정적인 신호다. 여기에 더해 치솟는 원·달러 환율로 원자재 수입 가격은 상승하는 중이다.

각종 요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대출이자 지원과 세금 감면 등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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