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단독] 1년 정기예금이 3년짜리보다 높다?…시중은행 정기예금 '장단기 금리역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4일 기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자료 출처 = 은행연합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년 만기 예금이 4.5%인데 2년짜리는 4.3%? 이거 실화냐?"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2년·3년 만기 상품보다 높아졌다. 만기가 길수록 이율이 높다는 통념이 깨지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추후 경기침체 우려가 큰 데다 은행들이 단기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나선 영향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 4%를 돌파하며 저축은행보다도 금리가 높아진 시중은행 정기예금 중 1년짜리가 2, 3년짜리보다 더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관측된다.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 1년이상 2년미만 만기 상품 금리는 최고 연 4.5%로 2년이상 3년미만·3년(4.3%)보다 0.2%포인트 높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도 마찬가지다. 1년물은 4.35%인데 더 만기가 긴 상품들은 4.2~4.3%에 그친다.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도 1년물이 4.15%로 제일 높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이례적 현상이다. 통상 예금은 만기가 길수록 이율이 높다. 보다 긴 기간 동안 돈이 묶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기간 프리미엄'이 더해져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 채권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경기침체 우려에 장기금리가 눌려서다. 경제 전망이 안 좋아지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은행에서 장기로 돈을 빌리지 않는다. 은행도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며 만기가 긴 예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어져 이자율을 올리는 데 소극적으로 바뀐다. 더불어 경기가 안 좋아지면 추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되면서 고금리 예금을 오래 가져가는 데 대한 부담도 있다. 한 시중은행 수신 상품 실무자는 "2023년 이후에는 경기침체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에 맞춰 금리 인하기로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의 불확실성 때문에 단기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단기 금리 자체가 많이 오른 것도 있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은 1년물 금리가 연 4.5%로 같은 만기의 은행채 수익률보다도 높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새 은행채 1년물 수익률은 4.12~4.47% 수준이다. 통상 은행채 수익률은 같은 만기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다. 은행채는 지점을 통해 조달하는 게 아니라 인건비, 임차료 등 비용이 적게 들어가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 AAA급 채권이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 프리미엄도 있다. 또 정기예금은 소비자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해지할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 조달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조건이 안 좋은데도 유동성이 급하니 웃돈을 줘서라도 자금을 가져오려는 것이다.

자금 수요와 공급 양쪽이 모두 유동성 확보 노력에 영향을 끼쳤다. 회사채 시장에서 탈락한 기업들이 은행대출로 발길을 돌리며 기업대출은 늘었다. 9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694조8997억원으로 8월 말 687조 4271억원보다 7조4726억원 늘었다. 반면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요구불예금은 감소 추세다. 9월 말 5대 은행 요구불성 예금(MMDA 포함)은 670조 7736억원으로 8월 말 675조 1123억원 대비 4조 3386억원 줄었다.

0.1%포인트라도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이 은행 저 은행 옮겨 다니는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서 가장 투자 수요가 높은 1년물 정기예금에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크게 오른 데도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과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이 보름 만에 1%포인트 가까이 이율을 더 쳐주며 공격적인 경쟁을 벌인 영향이 있다. 9월 15일 연 3.55%였던 쏠편한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지난 30일 4.35%로 0.8%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WON플러스 예금이 같은 기간 3.52%에서 4.50%로 0.98%포인트 상승하며 선두를 빼앗았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