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도로 위 무법자’ 전동킥보드 사고 늘어나는데… 국회는 나 몰라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서울 시내에서 경찰이 헬멧을 미착용한 공유형 전동 킥보드 이용자를 단속하는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동킥보드 관련 안전사고 및 관리 부실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운영 업체를 관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사실상 전동킥보드 사업이 무법지대로 운영되고 있다. 관련 법안을 만들어야 할 국회가 나 몰라라 하는 가운데 전동킥보드 관련 개인형 이동 수단(PM) 활성화법은 2년째 계류되고 있는 상태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국토교통위 등에 따르면 국회에는 전동킥보드 관련 법안 2건이 발의돼 계류 중인 상태다. 지난 2020년 발의한 개인형 이동 수단 관리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2인)과 개인형 이동 장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등 10인)이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전체회의와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됐지만 현재까지 법안 처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국민의 낮은 관심과 업계의 반발이 겹치면서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조선비즈

경북 경산시 대학로 지하철역 인근 공유형 전동킥보드 대여소에 이용자를 기다리는 킥보드가 여러 대 세워져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전동킥보드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 없는 상태다. 전동킥보드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는 이날부터 열리는 국감에 전동킥보드 관련 증인(참고인)을 1명도 부르지 않았다. 사실상 전동킥보드 관련 내용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카카오택시의 과도한 수수료 정책과 관련해 안규진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을 증인으로 부른 게 모빌리티 산업 관련 유일한 증인이다.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법규가 부재하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지만,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에 지자체들이 각각 다른 법을 끌어와 불법 주정차에 대한 견인 조치를 내리거나 지난해 5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맞춰 전동 킥보드 교통법규 위반 행위(안전모 미착용, 인도 주행, 2인 탑승, 음주 운전 등)를 단속하고 있다. 전동킥보드를 ‘도로 위의 무법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정치권의 무관심에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킥보드를 관련 사고는 1735건으로 지난 2020년 894건 대비 2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가 2019년 22만9600건에서 2020년 20만9654건, 지난해 20만3130건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전동킥보드 관련 사망 사고는 지난 2020년 10명에서 지난해 19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동킥보드 관련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업계 내에서도 전동킥보드 관련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에 따른 제도를 마련해 이용 질서를 확립해야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산업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이용 지침을 통해 전동킥보드 산업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반면 성급하게 만든 법안이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역시 개인형 이동 수단으로 전동킥보드 산업을 육성하는 대신 이용을 제한하고 처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동킥보드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이용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전동킥보드 사업자와 실제 이용자를 중심으로 한 논의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상생 방안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송태진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동킥보드는 탄소 중립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교통수단이다”라며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먼저 마련한 뒤에 적절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라고 했다.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