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최근 출혈을 감내하는 전략을 펼치는 모습이다. 대출금리는 인하하면서 수신금리는 올리는, 즉 은행입장에서는 비용이 더 나갈 수밖에 없는 경영방침을 정하면서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들 각자가 처한 고난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상장, 카카오뱅크는 시장의 평가 반전 그리고 토스뱅크는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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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금리 올리고 대출금리 내리는 인뱅 3사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 6일 2.0%를 고수해왔던 수시입출금식 상품의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아울러 6개월 만기 상품인 '키워봐요 적금'의 금리도 종전 3.0%에서 4.0%로 인상하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올들어 '코드K 정기예금', '코드K 자유적금', '플러스 박스', '챌린지 박스' 등의 수신상품 금리를 10차례나 끌어올렸다. 카카오뱅크 역시 올해 들어서만 수신금리를 5차례나 끌어올리면서 수신상품 금리인상 대열에 일찌감치 합류했다. 이에 올초 1.0%대던 인터넷전문은행 수신상품의 최고 금리는 4%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리는 속도는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빠른편이다. 올해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수신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횟수나 인상폭 모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더욱 적극적이었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가입 기준 만기 12개월 주요 예금상품의 평균금리(우대금리 제외)는 △KB국민은행 1.67% △신한은행 2.60% △우리은행 3.52% △하나은행 2.45% △NH농협은행 3.06%였고 △케이뱅크 4.60% △카카오뱅크 3.30%로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가 소폭 높았다.
반대로 금리인상기 임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과 주택대출 금리는 연이어 인하했다. 금리인상기조를 역행한 것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인해 우대금리를 부활시키는 형태로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아예 기본금리를 내린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유일하다.
수신금리는 은행이 고객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며 대출금리는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이다. 즉 인터넷전문은행은 사실상 수익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전략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직접 출혈을 감내키로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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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상장 앞둔 몸집 불리기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출혈을 감내키로 한 것은 각 사의 사연이 모두 다르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맏형인 케이뱅크의 경우 상장을 앞두고 덩치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케이뱅크는 최근 지난달 20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제 남은 일정은 △증권신고서 제출 △기관 수요예측 △공모청약 뿐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평가받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가 회사가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케이뱅크의 대주주 BC카드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약 7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길 원한다. 반면 증권가에서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4조원 가량으로 보고 있다.
예비심사의 효력 유지 기간이 6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3월까지 최대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에 놓인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자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라며 "수신과 여신 모두 자산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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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시장평가 뒤집어야
한때 금융권의 '메기'로 평가받던 카카오뱅크는 시장의 평가가 뒤집어진 것을 반전시키기 위해 금리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종가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1만8350원으로 마감하며 2만원대가 무너졌다. 공모가 3만9000원보다 52.94%나 빠진수준이다. 지난해 8월 9만2000원까지 오르며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만에 시장의 평가가 180도 바뀐셈이다.
이러한 평가는 카카오뱅크의 실적에서 시작된다. 올해 2분기 카카오뱅크의 순익은 5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693억원 대비 12.3% 감소했다.
이자수익의 기초인 대출자산 성장세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17조원에 달하던 대출자산은 올해 2분기 15조2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핵심 대출자산이었던 개인신용대출이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보 주문에 따라 줄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은 줄었지만 전·월세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의 잔액은 꾸준히 늘었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은 당장 대출 자산증가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관측되는 주택담보대출 고객 확보를 위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순수 은행업에서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평가도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은행업의 핵심인 대출자산 증가에 속도를 내기 위해 주택관련 대출 금리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카카오뱅크가 강조해왔던 플랫폼 역할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단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은행업 본연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부분'으로 분류한 곳에서 나오는 순익은 지난해 3분기 292억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 2분기에는 216억원을 기록하는 등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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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 대출이 늘어야 하는데..
토스뱅크는 지난해 출범하면서 수신상품을 수시입출금식상품으로 일원화하고 금리를 연 2.0%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이는 파격적이었다. 토스뱅크가 출범한 지난해 10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75%였다. 이에 따라 일반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2%를 넘는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토스뱅크에는 고객들의 돈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출범 3개월 만에 수신고는 13조7907억원이 모였다.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했지만 수시입출금식 상품에 2.0%의 금리를 주는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올해 2분기까지 수신고는 28조4787억원으로 훌쩍 증가했다.
문제는 대출영업이 시원치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부의 가계부채총량관리로 인해 출범 1주일만에 대출영업을 접어야 했다. 올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기준금리 인상,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충족 등으로 대출자산이 빠르게 늘어나지 못했다. 올해 2분기 기준 토스의 여신잔액이 4조2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신잔액의 7분의 1수준이다.
나가야 하는 이자비용은 많은데 들어오는 이자수익은 지나치게 적은 구조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리인상기를 맞아 저축은행, 경쟁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수시입출금식 상품과 비슷한 '파킹통장'의 금리를 3.0~4.0%선까지 올리는 동안 토스뱅크는 쉽게 금리조정에 나서지 못했다.
토스뱅크가 출범 1년만에 수시입출금식 상품의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한 것은 상품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해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 포트폴리오가 사실상 일원화돼 있는 토스뱅크는 금리조정 결정이 쉽지 않다"며 "여수신의 균형이 맞지 않아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디. 이어 "이번 수신금리 인상은 토스뱅크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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