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신원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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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회에 공문을 보낸다든지 해서라도 팩트를 조기에 바로잡아달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대책회의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다. 주 원내대표는 “경로당 난방비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곳곳에 플래카드를 해놨는데 우리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잘 밝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발언을 시작하고, 상임위원장 등 보직자가 돌아가며 이야기한 뒤 비공개 논의로 마무리하던 통상의 당 회의와 다른 풍경이었다.
국민의힘은 경로당 난방비를 주 원내대표의 발언 이전부터 예민하게 다뤘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그날 회의에서 “경로당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다는 (민주당) 주장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성 의장은 당시 한·미·일 군사훈련,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둘을 합친 것보다 경로당 난방비 관련 발언이 더 길었다.
해묵은 난방비 논쟁…‘긴축’ 보수의 반복된 해명
경로당 난방비를 둘러싼 양당 갈등의 시작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민주당 의원의 발표부터였다. 남 의원은 2023년 예산안 중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 예산이 올해 대비 35억원(5.1%) 감액 편성됐다고 밝혔다. 성 의장은 지난 11일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매년 10%씩 남아돈 예산을 10% 중 5%만 감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처음 있는 논쟁이 아니었다. 2014년 박영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경로당 냉·난방비까지 전액 삭감했다. 참으로 불효막심한 모진 정권이고 냉혹한 정책”이라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비판했다. 당시 정부가 2015년 예산안에서 경로당 냉·난방비로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603억원의 예산을 전액 삼각했다며 한 말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던 주 원내대표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보수 정당이 집권해 건전 재정이나 긴축이란 구호를 앞세워 예산안을 편성할 때마다 비슷한 양상이 전개됐다. 민주당 계열 정당은 복지예산 축소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노인 지원 예산 감소를 비판했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반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노인복지 문제 등에 대한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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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핵심 지지층…민주당 ‘노인 표심 가져와야’
반복되는 갈등의 배경엔 노인 표심을 둘러싼 경쟁이 있다. 60대 이상 인구는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지난 6·1 지방선거만 봐도 60대 남성의 63.2%, 여성의 65.0%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70대 이상의 지지도는 더 높아, 남성의 75.1%, 여성의 69.1%가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모두 KBS·MBC·SBS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은 60대 이상 표심을 얻고자 악전고투했다. 지난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김동연 당시 민주당 후보는 노인복지타운 조성을 포함한 ‘어르신 5대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 3·9 대선 때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60대를 위한 장년수당 도입과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적용 공약을 내놨다.
노인 표심을 둘러싼 양당의 경쟁은 앞으로 더 격해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70년이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절반에 육박하는 46.4%로 급증한다는 분석도 있다. 경북 의성 등 지방 소도시는 노인 인구가 40%를 넘어섰고, 전남 고흥은 한때 노인 비율이 67.5%를 기록했다.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가 고령층 표심에 갈수록 민감해지는 배경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찾아 “윤석열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6만1000개나 삭감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또 “(노인) 부부가 같이 살면 기초연금을 깎는데 이것도 패륜 예산에 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만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월 30만원)을 40만원으로 증액하고, 대상자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노인 일자리, 기초연금 모두 노년층 대상 정책이다.
성 의장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2만9000개나 증가한다”며 민주당의 노인 일자리 감소 주장에 적극 대응했다. 국민의힘은 한때 선심성 정책이라며 민주당의 기초연금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었다며 단계적 인상에 찬성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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