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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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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형보다 사망위험 높다...저혈당때 사탕 금물인 '숨은 당뇨병'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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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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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당뇨병’하면 1·2형 당뇨병을 떠올린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당뇨병’이 있다. 바로 췌장성 당뇨병이다. 환자 상당수는 당뇨병으로 진단받기 전 췌장 질환부터 발견한다. 췌장성 당뇨병은 1·2형 당뇨병보다 혈당 변동 폭이 크고 심각한 합병증이 따라올 수 있는 데다 사망 위험도 더 높아 당뇨병 가운데 가장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꼽힌다. 췌장성 당뇨병의 발생 기전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췌장성 당뇨병은 1·2형 당뇨병과 발생 기전부터 다르다.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인슐린 생산 공장’인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면서,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비만 등으로 인해 생긴 인슐린 저항성으로 발생한다. 반면에 췌장성 당뇨병은 췌장에 질환이 있거나 절제술로 75% 이상을 도려내 췌장 기능 자체가 떨어지면서 생긴다.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은 만성 췌장염이며 췌장관세포암, 혈색소증, 췌장의 수술 과거력 등도 원인일 수 있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는 “일부 연구에 따르면 전체 당뇨병 환자 가운데 췌장성 당뇨병의 발병률이 0.5%에서 10%를 차지한다”며 “췌장성 당뇨병은 1·2형 당뇨병보다 알려진 바가 드물어 간과되기 쉬운 탓에 50세 이후 발병한 당뇨병을 ‘성인 당뇨병’, 즉 2형 당뇨병으로 잘못 진단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혈당·저혈당 잦고 합병증도 동반



췌장성 당뇨병이 가장 위험한 당뇨병으로 불리는 이유는 치명적인 증상이 뒤따라와서다. 췌장성 당뇨병은 고혈당과 저혈당을 반복해서 오르내리는 게 특징이다. 이는 췌장의 알파세포, 베타세포, 췌장 폴리펩티드세포 등 모든 세포가 췌장 질환으로 파괴됐거나 췌장 절제술로 없어져 초래한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기영 교수는 “본래 췌장에선 알파세포가 저혈당 발생 시 글루카곤을 혈액에 내보내 혈당을 올리고,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생산해 혈액이 포도당을 흡수하도록 유도한다”며 “이 기능이 사라진 췌장성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 급등락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췌장성 당뇨병의 원인 질환이 만성 알코올성 췌장염인 경우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흔히 동반되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장기간의 음주로 인해 알코올이 신경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췌장성 당뇨병의 임상 결과가 2형 당뇨병보다 더 나빴다는 연구가 지난 5월 국내에서 나왔다. 당뇨병 분야 권위 학술지인 ‘당뇨병 케어’에 따르면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한승진 교수팀은 2012~2017년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 15만7523명 가운데 췌장 질환을 진단받고 나서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췌장성 당뇨병 환자 3629명(2.3%)과 2형 당뇨병 환자 15만3894명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췌장성 당뇨병 환자군은 2형 당뇨병 환자군보다 당뇨병 진단 5년 후 인슐린 치료를 받은 비율이 38% 더 높았다. 합병증으로 저혈당(85%)과 당뇨병성 신경병증(38%), 신병증(38%), 안병증(10%)이 발생한 확률도 각각 더 높게 나타났다. 사망률도 74% 더 높았다. 연구를 주도한 한승진 교수는 “만성·급성 췌장염, 췌장암 같은 췌장 질환으로 진단받으면 췌장성 당뇨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췌장성 당뇨병으로 진행된 경우 혈당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50세 넘어 혈당 조절 안 될 땐 의심을



췌장성 당뇨병을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이 있다. 첫째는 건강한 성인이 만 50세가 넘어 갑작스레 혈당이 조절되지 않고 혈당이 많이 올라간 경우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천영국 교수는 “의학에선 이를 새롭게 생긴 당뇨병(newly onset DM)으로 정의한다”며 “이 경우는 췌장암이 생겨 췌장이 손상당해 당뇨병이 생긴 것일 수 있어 췌장암 스크리닝 검사를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만 50세 이상 가운데 새롭게 생긴 당뇨병이 있는 그룹을 조사했더니 3~5%에서 췌장암이 발견됐으며, 심지어 상당수가 꽤 진행한 췌장암이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둘째는 기존에 2형 당뇨병 치료를 오래 받았으면서 원인 모르게 체중이 빠지고 복통이 발생하는 경우다. 이는 당뇨병의 원인이 췌장암 같은 췌장 질환이었거나, 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 일부에서 췌장암이 유발됐을 가능성이 있다. 천영국 교수는 “당뇨병 환자 가운데 혈당이 조절되다가 갑자기 조절되지 않고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생겼다면 췌장암 검사를 받는 게 좋다”며 “당뇨병을 진단받았다면 췌장 검사를 받고 3~4년마다 한 번씩 췌장 검사를 받아 추적하는 게 안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췌장성 당뇨병은 인슐린이 분비되지 못해 생기므로 대개 인슐린 주사 치료를 시행한다. 이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도록 현미 같은 잡곡류,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류를 골고루 챙겨 먹어야 한다. 췌장성 당뇨병은 췌장에서 영양분을 분해·흡수하는 폴리펩티드세포가 망가져 지방의 분해·흡수가 힘들므로 기름진 고지방식은 피해야 한다.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때 응급조치로 사탕·주스·요구르트 같은 단당류 식품을 먹어 혈당을 올린다. 하지만 췌장성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 단계에서 이들 식품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치솟아 고혈당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저혈당이 오지 않도록 운동 전 미리 식사하고, 저혈당이 생겼다면 아이스크림·우유·초콜릿 같이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이 사탕·주스·요구르트보다는 천천히 혈당을 올려 고혈당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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