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저축은행 예대율 100%→110% 한시적 완화
최근 대출 축소·중단 분위기 확산 반전 가능성 주목
업계선 부정적…"대출 확대는 미지수…더 줄일 수 밖에 없어"
수신금리 경쟁 완화도 '글쎄'…"기준금리 안정돼야 자금난 해소"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시중 은행들이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1년 적금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과 저축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6개월+알파(α)의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은행과 저축은행의 예대율은 기존 100%에서 각각 105%, 110%로 완화된다.
예대율은 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대율 100%일 땐 예금 잔액이 100만원이라면 100만원 만큼만 대출을 할 수 있지만, 이를 110%로 완화하면 예금을 100만원만 갖고 있더라도 110만원까지 대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 측은 이에 대해 “예대율 규제 완화로 추가적인 기업 대출 여력이 발생하는 동시에, 수신 경쟁 완화로 조달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대출금리 상승 압력도 일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기준금리 지속 인상에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 등으로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저축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금리를 따라 올렸다. 이에 저축은행에선 최근 6%대 예적금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법정 최고금리 20%’ 벽에 막혀 대출금리는 수신금리 인상분만큼 올리지 못하면서 마진율 하락에 따른 신규 대출 중단 및 축소 움직임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근 상상인저축은행에 이어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도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잠정 중단한 것을 비롯해, 업계 전반에 대출 축소 및 심사 강화 분위기가 퍼지면서 업계의 대출 상황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예대율 완화 조치가 실제 저축은행의 대출 확대까지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보다는 대출 취급 규모가 큰 시중은행들에 초점이 맞춰진 조치”라며 “이번 조치를 중소기업 대출 좀 더 활발히 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 대출이 확대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신용자 대출은 법정금리 규제 탓에,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시장 악화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계속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수신금리 인하 경쟁 완화에도 별다른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보통 연말연시에 예적금 만기가 많이 돌아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형사에서는 이를 메우기 위해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할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한두 개 회사가 치고 나가면 다들 금리를 따라 올릴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기준금리가 안정을 찾기 전까진 현재의 자금난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안정화되며 낮아져야 시중은행들이나 인터넷은행들도 수신금리를 낮출 것이고 그래야 우리쪽에서 그쪽으로 빠져나가는 돈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로 지방 중소 저축은행들은 일정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 경쟁력이 열위에 있는 저축은행, 특히 지방 중소형사들에는 어느 정도 숨통을 틔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