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놓고 간 조화가 놓여 있다. 2022.1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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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의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며 연말 소비 경기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년 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에도 민간 소비가 급감하며 경기를 짓눌렀다. 만약 이번 사태로 소비가 추가로 둔화된다면 올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 6월 96.4, 7월 86, 8월 88.8, 9월 91.4, 10월 88.8로 5개월 연속 100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CSI는 소비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향후 소비 지출 전망 등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이다. 수치가 100보다 작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인 기대심리가 과거(2003~2021년) 평균보다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이처럼 고물가,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이미 쪼그라든 소비 심리가 이태원 참사의 영향으로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회 전반에 모임·행사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5.7% 감소하며 2년 만에 증가세가 꺾이는 등 수출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태원 참사의 영향으로 소비가 급격히 쪼그라들 경우 4분기 역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분기에는 민간소비, 설비투자가 예상 외로 선전하며 전기대비 0.3%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생산·소비·투자가 두 달만에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하며 우리 경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은이 동일하게 전망한 올해 연간 2.6%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안타까운 사고의 여파로 소비 활동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예를 들어 식당에서 음주를 자제하거나, 행사가 있는 경우 규모를 줄이거나,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을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세월호 유가족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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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와 비견되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에도 우리 경제는 소비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1분기에는 민간소비가 전 분기 대비 0.5% 증가했지만 세월호 참사 발생 시점이 속한 2분기 0.2% 감소 전환했다. 같은 해 5월 당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세월호 사고로 소매판매, 문화시설 이용, 관광·나들이 등의 분야에서 민간소비가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2014년 7월 '2014년 하반기 경제전망(수정)'을 발표하며 세월호 참사 영향을 고려해 2014년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는데, 실제 2014년 연간 성장률은 이보다도 낮은 3.2%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참사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세월호 참사 때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준경 교수는 "2014년에는 경기가 가라앉던 와중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는데 이번 이태원 참사는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는 와중에 발생했다"며 "경제 상황이 서로 달라 영향을 쉽게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월호 참사 때 소비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통계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는 인플레이션에 의한 실질 소득 감소 문제가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가 소비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정도의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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