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윤 정부, 공영방송 전방위 압박…‘MB식 언론장악’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위기 몰린 방송 독립성

한겨레

지난 10월29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우리는 지금 왜 공영방송을 말하는가’ 미디어토크에서 사회를 맡은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맨 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최성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와이티엔>(YTN) 등 공적 소유구조를 갖는 방송사에 대한 정부·여당의 흔들기가 거세지고 있다.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보수단체를 앞세운 감사, 각종 고소·고발 사건 수사와 ‘강제 민영화’ 추진 등 국세청과 감사원, 검·경은 물론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공기업까지 나서서 이들 방송사 ‘길들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언론·시민사회 단체는 윤석열 정부가 과거 언론장악의 흑역사를 남긴 이명박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형사 고발에 세무조사, 근로감독까지


공영방송, 혹은 공적 소유구조를 갖는 방송사 중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전방위적인 압박에 시달리는 곳은 문화방송이다.

문화방송은 지난 9월22일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파문을 가장 먼저 보도한 뒤 여권의 집중 표적이 되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비속어 논란이 커지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본사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윤 대통령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박성제 문화방송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이 문화방송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지난 8월 말부터 10월26일까지 실시했고, 세무조사가 끝난 날엔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벌인다고 발표했다.

한국방송은 8월 말부터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이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국방송 노동조합 등의 국민감사 청구에서 비롯했으며, 대상은 김의철 사장과 한국방송 이사진이다. 애초 감사 기간은 10월 말까지였으나 감사 기간을 포함한 처리 기한이 올 연말까지로 연장됐다. 1일 한국방송 노동조합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 31일 오후 감사원으로부터 한국방송 경영진에 대한 감사를 오는 12월30일까지 두달 연장한다는 통보를 문서로 받았다”고 전했다.

와이티엔은 10월3일까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데 이어, 현재는 자신들의 뜻과 무관한 민영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와이티엔의 1대 주주는 공기업인 한전케이디엔(KDN)인데,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효율화’ 계획에 따라 한전케이디엔도 보유 중인 와이티엔 지분 21.43%를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케이디엔의 지분이 특정 민간기업에 넘어가게 되면 보도전문채널인 와이티엔의 공적 소유구조는 무너지게 된다.

<티비에스>(TBS)는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과 6·1 지방선거 이후 위기를 맞았다. 서울시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티비에스 지원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키면 당장 내년 이후 인건비와 운영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티비에스는 한해 예산의 70% 정도를 서울시가 지원하는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절실”



보수단체와 여당 정치인, 감사원 등을 앞세워 공영방송을 흔들거나 사장 교체를 요구하고, 더 나아가 민영화까지 추진하고 나서는 것은 과거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언론장악 행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당시 이명박 정권은 출범과 함께 기존 방송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 개편하고 여기에 이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씨를 위원장으로 앉혔다. 이어 여당 인사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친정부 단체를 앞세워 연일 공영방송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각 방송사 구성원들과 언론단체는 이에 강력히 반발했으나,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등에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엠비(MB)식 언론장악’은 결국 공영방송의 주요 시사 프로그램 폐지와 이에 반발하는 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 및 좌천 등의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문화방송 민영화 시도는 그 계획이 사전에 드러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각 방송사 내부 구성원들과 언론·시민단체가 언론을 대하는 윤 대통령과 현 정부의 태도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는 이런 역사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29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마련된 ‘우리는 지금 왜 공영방송을 말하는가’ 미디어토크에 참석한 강성원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장은 “케이비에스(KBS)도 마땅히 감사를 받아야 할 기관이지만, (국민감사) 청구 주체를 유심히 살펴보면 과거 케이비에스를 망쳤던 이들이 상당수”라며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감사라고 볼 수밖에 없고, 다시 2008년의 트라우마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첫해인 그해 한국방송 내부는 정연주 사장 감사와 해임, 낙하산 사장 임명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언론·시민단체가 현재 국회에 제출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의 통과를 요구하는 것도 정권 차원의 언론장악과 그에 따른 언론자유의 후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한다. 최성혁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장은 “내년 8월 이후 방통위 (위원) 구도가 바뀌는 상황에서 그 전에 법으로라도 시민참여 방식의 사장 선임 절차를 명확히 마련해두지 않으면 또다시 이명박·박근혜 권위주의 정권 환경으로 돌아가게 된다”며 “연말까지 정기국회가 두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공영방송 사장 선임 관련 법안에 모든 걸 걸고 있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112 녹취록] “대형사고 직전이에요” 4시간 전부터 빗발친 신고
‘참사’ 아니라는 행안부…이태원 압사에 “사고” 또 책임 회피▶▶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