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샤프 그로스먼트 병원 중환자실의 코로나19 환자. 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코로나19에 재감염되면 처음 감염됐을 때보다 사망 위험이나 중증화 가능성이 2~3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코로나19 재감염은 급성 상황이나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이른바 ‘롱코비드’(Long COVID) 위험도 증가시켰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워싱턴대 의대는 미 보훈처(VA)가 수집한 미국 내 600만명 가까운 코로나19 감염자, 재감염자(2회 이상 감염자), 비감염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감염자는 한번 감염된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2배 이상, 입원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는지 여부와는 무관했다.

연구진은 2020년 3월1일부터 2022년 4월6일까지 보훈처 의료기관에 수집된 코로나19 감염 환자 44만3588명, 재감염자 4만947명, 비감염자 530만명의 기록을 분석했다. 대부분의 연구 대상자들은 남성이었다.

연구진은 재감염의 경우 사망이나 위중증 위험뿐 아니라 급성 상황이나 롱코비드의 위험도 증가시켰다고 전했다.

폐, 심장, 혈액, 신장, 당뇨병, 정신 건강, 뼈와 근육, 신경 질환에 대한 위험도도 재감염자가 높았다. 재감염자는 한 번 감염된 환자보다 폐 질환에 걸릴 확률이 3배 이상 높았고, 심장 질환에 걸릴 확률은 3배, 신경 질환에 걸릴 확률은 60% 더 높았다.

이처럼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은 재감염 후 첫 달에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6개월 후에도 여전히 뚜렷했다.

연구진은 자연감염된 후 백신을 맞은 이른바 ‘슈퍼 면역’도 재감염 시의 건강 위험을 낮출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델타나 오미크론, BA.5 등 변이 바이러스마다 중증화나 치명률이 다른 것을 감안해도 재감염 시의 치명률이나 중증화가 높아지는 현상은 여전했다.

다만 재감염이라도 3회 감염부터는 2회 감염보다 위험도가 급격히 오르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는 보훈처 수집 자료에 기초해 일반 인구를 반영한 것은 아니다. 대체로 보훈처 관련 환자들은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구진은 보통 사람들도 재감염이라고 과소평가하고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연구를 이끈 지야드 알 알라이 교수는 “병원에 ‘재감염이 무슨 대수냐’는 태도로 오는 이들이 많아졌다”면서 “하지만 재감염은 매우 중대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예방하도록 힘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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