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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파리 공항서 18년 살았던 이란 난민... 다시 공항 돌아와 생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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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널’ 실존 인물

조선일보

2004년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거주하고 있던 이란 남성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가 자신의 사연에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 '터미널' 포스터 옆에 서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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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동안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 거주했던 이란 출신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77)가 공항에서 숨졌다. 나세리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터미널’(2004년작)의 실존 인물이다.

12일(현지 시각) AP·AFP 통신에 따르면 나세리는 이날 정오 공항 터미널 2층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발견 당시 나세리에겐 수천유로(수백만원) 정도의 현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세리가 샤를 드골 공항에 머물게 된 이유는 정확하지 않으나 나세리는 자신이 1945년 이란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1974년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귀국한 뒤 왕정 반대 운동을 하다 여권 없이 추방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영국·네덜란드·독일 등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하다 1986년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았다.

벨기에에 머물던 그는 1988년 어머니를 찾기 위해 영국으로 향하던 중 프랑스 파리에서 난민 관련 서류가 든 가방을 잃어버렸다. 서류가 없어 영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그는 다시 파리 샤를 드골 공항으로 이송됐다. 프랑스 당국은 무국적자인 그를 공항 터미널에 방치했고, 그는 2006년까지 18년간 공항에서 살게 됐다. 이란 정부는 애초에 그를 추방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1999년 그는 프랑스 당국으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그 후로도 공항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당시 그의 변호사는 “그는 공항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그는 공항 구석의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서 잠을 자고, 직원 시설에서 샤워하며 지냈다. 평소 책·신문을 읽거나 소일거리를 하며 직원들이 주는 음식에 의존해 생활했다. 직원들은 그에게 ‘앨프리드 경’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의 사연은 2004년 영화 ‘터미널’로 만들어졌다. 2년 뒤, 나세리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되면서 18년 만에 공항을 떠났다. 이후에는 영화 판권료로 받은 돈을 갖고 보호소와 호스텔을 전전하다 사망하기 몇 주 전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생을 마쳤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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