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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바이든 "시진핑에 북한 관여 촉구… 중국도 북한 도발 원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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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시진핑, 발리서 193분간 회담
바이든 취임 후, 시진핑 3연임 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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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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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22개월 만에 열린 첫 대면 미중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은 3시간 13분 동안 이어진 회담에서 북핵 문제부터 대만, 첨단기술 수출 통제까지 다양한 현안을 다뤘다. 회담 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협의에 합의하는 등 향후 미중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각자 입장을 밝히는 선에서 회담을 마무리했다.

미중 정상은 이날 오후 5시 36분 발리 물리아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회담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미국과 중국은 경쟁이 충돌로 변하지 않도록 차이점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미중은 역사를 거울 삼아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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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발리=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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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의제: 북핵, 대만, 수출 통제


회담 후 미중 양국은 각각 보도문을 내고 입장을 설명했다. 의제는 크게 다섯 가지였다. 먼저 미중 간 최근 대화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북한 문제가 들어간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우려를 제기하며 모든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북한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격려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언급했다"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국 방어에 대한 철통 같은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에게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도록 분명히 하는 것은 중국의 의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고 소개하며 "중국이 역량을 갖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중국도 북한의 추가 도발 행위를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 정상회담 사전 설명에서 “북한이 계속 도발한다면 역내 미국의 ‘군사 및 안보 존재(military and security presence)’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도록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었고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홍콩, 신장위구르, 남중국해 등 미중 간 첨예한 이슈는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신장·티베트·홍콩의 중국 관행과 인권에 대한 우려를 더 폭넓게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만과 관련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의 대만에 대한 강압적이고 점점 더 공격적인 행동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중미관계의 토대"라며 "중미관계에서 넘으면 안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맞섰다.

경제ㆍ무역 이슈도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미국은 지난 8월 ‘반도체ㆍ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처리하면서 중국 견제 의도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비(非)시장적 경제 관행'에 우려를 제기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후변화 협력 등도 주요 논의 주제였다. 특히 백악관은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내 핵무기 사용이나 위협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라고 소개했다.

◇회담 의미: 미중 갈등 최고조 속 대화


이번 회담은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컸다. ① 먼저 미중 전략경쟁이 격해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등 서방 대 중국ㆍ러시아 간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개최됐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국제질서에서 유일한 경쟁자이자 지정학적 도전자’로 규정한 새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지난달 공개했다. 미 의회는 중국을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반도체 수출 통제,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켰고 행정부 역시 각종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게다가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전격적인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극단적 군사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마련된 정상회담이어서 더 주목을 받았다.

두 정상이 최근 국내 정치 측면에서 입지를 강화한 뒤 열리는 회담이라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조기 레임덕’ 우려까지 제기됐던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을 재장악하는 등 선전하면서 정치 입지 역시 강화된 상태다. 시 주석 역시 지난달 폐막한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고 지도부를 측근으로 재구성하는 등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한 뒤 나선 외교 행보다. 두 지도자의 이번 회담에 정치적 무게가 더 실릴 수 있는 시점인 것이다.

물론 회담 성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2020년대 들어 쌓인 미중 간 앙금을 대면 정상회담 한 번으로 모두 해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13일 “우리는 레드라인(한계선)이 어디에 있고 향후 2년간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탐색전 성격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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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발리=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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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은 합의문을 사전에 논의하는 일반적인 회담과 달리 정상 간 담판 성격이 짙었다. 그렇지만 두 정상 간 대화를 계기로 미중 고위급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소통에 돌입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도 12일 "미중 정상이 '앉아서 대화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 신호로 현재의 정세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합의한 것도 향후 미중 대화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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