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교육부 차관(오른쪽)과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등교육 재정 확충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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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15일 11조2000억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편성 계획안을 발표했다. 특별회계는 기존 대학 지원 사업(8조원)에 교육세 이관으로 확보되는 3조2000억원을 합쳐 11조2000억원 규모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교육세는 원래 초·중등교육비로 쓰였지만, 앞으로는 대학 지원금으로 쓰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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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기금 쌓을 때 대학은 재정난
이번 특별회계 신설은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추진해 온 교육재정 개혁의 일환이다. 정부는 1972년부터 내국세의 20.79%를 유·초·중·고교 교육비로 쓰고 있다. 경제가 성장해 세금이 많이 걷히면 교육 예산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그런데 예산은 늘고 학령인구는 줄어들면서 시·도교육청은 이 돈을 다 쓰지 못하고 쌓아두고 있다. 반면 대학은 14년 동안의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겪는 상황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육청의 예산 규모를 볼 때 (3조원을 대학에 준다고) 초·중등에 필요한 투자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적립금은 지난 10월 기준 19조원을 넘겼다. 시·도교육청의 1년 예산은 약 80조원 규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교육부는 이어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대학에는 적게, 초·중등 교육에는 많이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차관은 “한국 정부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예산은 1만10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만7000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며 “OECD 회원국 중 1인당 고등교육비 예산이 초・중등교육비보다 낮은 나라는 그리스와 한국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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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자율 주고 지방대엔 특성화 과정
교육부는 늘어난 대학 지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밝혔다. 먼저 기존 1조원이었던 대학 일반재정지원은 1조9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일반재정지원금은 대학이 교원 인건비와 경상비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의 지원금이다. 교육부는 일반재정지원금 규모를 확대하면서 기존에는 금지됐던 인건비와 경상비 명목의 지출도 일부 허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목적성 사업이 아닌 일반 재정지원 사업을 키워 대학이 자율적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지방대에는 5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입해 특성화 과정을 만든다. 어떤 학문을 특성화할 것인지는 대학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지자체·지역산업 사업 지원 규모는 연 3040억원에서 3420억원으로 확대하고 지방 국립대의 지역 거점 역할도 강화한다.
또 대학 연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5년간 약 5조원을 투자해 국립대 노후 시설과 기자재를 전부 교체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대학 예산 증액분이 초·중등 교육비에서 나오는 만큼 대학이 교사의 재교육을 받을 기회를 보장한다는 내용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초중등 교원양성·연수에 3000억원을 투자하고 교원 양성 기관에 대학원 수준의 교육과정 개편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 6일 부산시청 앞에서 '지방대학 위기 정부대책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등 소속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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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교육청 예산 삭감 반대…국회 통과 미지수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는 초·중등 교육 예산 일부를 떼어내 조성하기 때문에 당장 예산이 깎이는 시·도교육청들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시·도 교육감들로 구성된 교육교부금 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도교육청에 내려오는 예산이 다 쓰이지 못하고 남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전국 시·도교육청의 미래 교육 수요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약 62조 원의 미래 교육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초·중등 교육 예산 삭감에 반대하고 있다. 과밀 학급을 해소하고 교사를 더 뽑아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증진하기 위해 예산 삭감은 어렵다는 논리다. 초·중등 예산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돌리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방식이 아니라 고등교육 예산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과반 의석의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회계법 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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