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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부산 원도심 소멸] ③ 늘어나는 빈집들…노인 고독사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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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대상 빈집만 328호…무허가 빈집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아

빈집 되기까지 노인들 무기력한 생활의 연속…고독사로 이어져

[※ 편집자 주 = 부산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부산의 초고령사회 진입은 전국 7개 대도시 중 처음입니다. 이런 부산에서도 인구감소가 가장 심한 곳은 원도심입니다. 원도심 중에서도 부산의 섬인 영도구는 미래 고령화된 부산의 모습에 가장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소멸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학자들은 흔히 고령사회 충격을 지진에 빗대어 '인구지진'으로 부릅니다. 연합뉴스는 대도시 인구지진이 시작된 부산 영도구 지역을 중심으로 원도심 인구 소멸의 현상과 대책, 과제 등을 담은 기획물을 매일 1편씩 5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연합뉴스

낙후한 영도구 산복도로 마을 모습
재개발로 들어선 해안가 초고층 건물의 모습과 대비된다 [차근호 기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저기도 빈집이고, 여기 위에 몇 집도 전부 비어있어."

16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 '해돋이 마을'에서 만난 83세 김모 할머니는 마을 이곳저곳에 폐가가 한두 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돋이 마을'은 그 이름처럼 해돋이가 잘 보이는 봉래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피란민들이 형성한 판자촌으로 시작해 현재도 주민 200∼300명이 거주하고 있다.

50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김 할머니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김 할머니는 "내가 정착할 때만 해도 사람이 미어터졌고 아이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이 마을에서 아이들 보기는 어렵고, 대부분이 혼자 사는 할머니들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노인들이 하나둘씩 숨지며 빈집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김 할머니는 "얼마 전에도 이웃 할머니가 목욕탕에서 넘어져 허리뼈를 다친 뒤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 빈집이 됐다"면서 "여기 밑에 이북 할매들은 전부 죽었고, 저기 윗집도 할머니도 손을 덜덜 떠시는 거 같더니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해돋이 마을
[차근호 기자]


마을을 둘러보니 곳곳에서 공·폐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골목마다 공·폐가로 추정되는 집들을 찾을 수 있었고, 일부는 경찰이 '청학 공폐가-21' 등으로 순번을 매겨서 관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폐가 입구는 대형 자물쇠가 걸렸거나 대못이 처져 있고, 담벼락의 그림은 낡고 지워져 스산한 느낌을 더했다.

영도구는 지역 내 관리 대상인 빈집을 328호라고 밝혔다.

원도심인 서구도 361호, 동구 369호, 중구 280호 등 빈집이 많은 상황이다.

부산시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9월 기준 4천432호가 빈집인 것으로 확인된다.

연합뉴스

영도구 빈집 모습
[차근호 기자]



문제는 통계상으로도 부산의 빈집은 전국 대도시 중 가장 많아 심각한 수준이지만, 이들 통계가 무허가 건물의 빈집 현황은 포함하고 있지 않아 실제 빈집 수는 훨씬 더 많고 심각하다는 점이다.

영도구 봉산마을에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4년 넘게 진행 중인 동의대학교 건축학과 신병윤 교수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통계상으로 봉산마을에 빈집이 3∼4개가 있다고 했는데 실제 무허가 건물까지 조사하니 80호 가까이가 됐다"면서 "지자체가 관리하는 빈집 현황은 현실의 10분의 1 정도밖에 나타내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허가 건물에는 예산이 투입될 수 없다는 이유로 조사 대상에서 빼버리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제 현황을 모르면서 관리 대책이나 계획을 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빈집만 철거해도 마을 환경이 대폭 개선되고 살 수 있는 곳으로 바뀌기 때문에 빈집을 적극적으로 철거하고 공간을 비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이 숨지고 빈집이 될 때까지 노인 삶의 고립과 고독사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해돋이 마을에서 만난 노인 몇몇은 경로당에도 가지 않고 집 마당이나 골목에 홀로 앉아 주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80대 한 할머니는 "호적에 자녀가 있다고 별다른 지원을 못 받는데, 경로당은 한 달 회비를 만원 넘게 내야 되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면서 "가끔 동네 한 바퀴 걷는 것 외에는 아파서 밖에 잘 나가지 않고, 병원에 가려고 해도 비싼 택시를 타야 해 잘 가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영도구 빈집
[차근호 기자]


부산 원도심 자치구 관계자는 "산복도로 비탈길 마을 노인들을 위해 시골에서 주로 하는 정책인 1천원 택시를 도입한다거나 경사를 이동하기 쉬운 보행 환경을 조성하거나, 윗마을 고령 어르신들이 저지대로 내려오게 주택을 교환하는 여러 정책 등이 있지만 일부 원도심은 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 고독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영도구에서는 하루에 2건의 고독사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74세 노인은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됐고, 69세 노인도 숨진 지 일주일 만에 발견됐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영도구의 경우 인구나 지역 특성을 고려해 고독사 관리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인 1인 가구의 소득·가족관계뿐만 아니라 건강·주변인과의 관계 등까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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