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증거인멸로 실체 규명 지연”…유족, 국가 상대 소송 제기
母도 2년 전 소 제기 직후 사망, 김양 오빠 홀로 소송 맡게 돼
2020년 7월 피해자 김모양 아버지가 딸의 실종 당시 유류품이 발견된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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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전 경기 화성시 일대 연쇄살인범 이춘재에게 초등학생 딸을 잃은 김용복(69)씨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선고를 두달 앞두고 지난 9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유가족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선고가 오는 1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피해자 김모양이 1989년 7월7일 오후 1시10분쯤 학교가 끝난 뒤 집에서 600m 떨어진 곳까지 친구와 오다가 헤어진 뒤 실종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30여년간 미제 가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2019년 이춘재가 “김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범행 당시 줄넘기로 두 손을 결박했다”고 자백하면서 수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당시 실종 사건을 맡았던 경찰이 김양의 시신과 유류품 발견 사실을 은폐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과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적 책임은 지지 않았다.
딸이 범죄 사건 피해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김용복씨는 경찰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다.
그는 2020년 7월 딸의 책가방 등 유류품이 발견된 경기 화성시 한 근린공원을 찾아 헌화한 뒤 취재진에게 “30년 동안 (딸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는 게 너무나도 원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수사관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감춰서 뼈 한 줌도 못 찾게 했느냐”며 “(이 근처가) 개발되기 전에라도 시신을 찾았더라면 뭐라도 발견했을 텐데…이춘재보다 경찰이 더 나쁘다”고 했다.
김양의 가족은 “공권력에 의한 사건 은폐·조작의 진실을 밝히고, 담당 경찰에 대한 국가의 구상권 행사를 통해 그 행위에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며 2020년 3월 정부를 상대로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소송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두 달 전 김 양의 아버지가 사망한 것이다. 김 양의 어머니 역시 2년 전 소송을 제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터라 소송은 김양의 오빠 혼자 맡게 됐다.
이후 유족 측은 손해배상 금액을 기존 2억5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은 “부모 입장에서는 이 사건으로 마지막 희망까지 없어지다 보니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건이 김양 부모의 사망과 결코 연관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손해배상 금액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 사건 선고는 오는 17일 오후 2시 수원지법에서 진행된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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