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로고. 위키피디아 |
‘5기가바이트(GB)짜리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받는 데 단 1초.’ 5세대(G) 이동통신에 버금가는 속도를 보장하는 차세대 ‘와이파이7’이 곧 국내에도 들어온다.
최대 데이터 전송속도는 46Gbps로, 현재 널리 쓰이는 와이파이6(9.6Gbps)보다 4.8배 빠르다. 초저지연 연결(0.001초·1ms)이 가능해 8K HDR급 초고화질 영상 스트리밍은 물론, 여러 사람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로 연결해도 끊김없이 이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등에서도 중요하다. 다만 라우터와 스마트폰, 전자기기 등이 모두 와이파이7 표준을 지원해야만 하는 만큼, 최대 보장속도를 누리려면 몇 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1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기업들은 와이파이7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홍콩에 본사를 둔 티피링크는 글로벌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와이파이7 공유기 등 가정·기업용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개했다. 글로벌 시장은 물론 한국에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올 초 대만 팹리스 업체 미디어텍도 와이파이7 지원 반도체칩인 ‘파이로직’을 시연하며 와이파이7 시대를 예고했다.
겉보기엔 LTE·5G 같은 이동통신이 더 중요해 보이지만, 실제로 전체 무선통신의 절반 가량은 와이파이가 맡고 있다. 만약 와이파이가 없다면 통신사의 중계기 구축 비용은 2배 이상 들 수도 있다.
와이파이 발전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1990년대 유선연결이 반드시 필요한 랜(LAN)의 불편함을 느낀 네트워크 제조사들은 저마다 무선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7년 국제전기전자공학자학회(IEEE)가 무선랜 표준을 제정하면서 최초의 표준 무선랜 규격인 ‘IEEE 802.11’이 탄생했다. 이 브랜드명이 와이파이(Wi-Fi)다. 업계에선 ‘무선(Wireless) 방식으로 유선 랜과 같은 뛰어난 품질(Fidelity)을 제공한다’는 뜻을 줄여 ‘와이파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지만, 정확한 뜻은 아니다. 당시 와이파이 최고 속도는 2Mbps였다.
국내에 와이파이가 상용화되기 시작한 건 2007년이다. 당시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가정용 서비스가 시작됐다. 당시 상용화된 와이파이4의 최고 속도는 1.2Gbps에 불과했다. 5년 뒤인 2013년 출시된 와이파이5는 기존 와이파이의 속도보다 3배가량(3.5Gbps) 빨라졌다. 이후 2019년에 와이파이6(9.6Gbps)가 출시됐고, 2021년엔 2.4GHz와 5GHz는 물론 새로운 주파수인 6GHz를 지원하는 와이파이6E가 출시됐다. 와이파이6가 나온 지 3년 만에 와이파이7이 나오며 세대교체를 예고한 것이다.
와이파이7은 ‘IEEE 802.11be 초고처리량(EHT)’을 표준으로 한다. 2.4GHz, 5GHz, 6GHz 대역대에서 모두 작동하며, 와이파이6의 2배인 320MHz 초광대역 폭을 지원해 빠른 속도로 대용량 동시 전송을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 처리 지연 시간이 와이파이6보다 최대 100분의 1로 짧아 AR·VR 처리에서 향상된 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G에 버금가는 속도를 보장해 자율주행차, 드론, 원격 로봇 제어, 메타버스 등 미래산업을 열 인프라로 꼽힌다.
하지만 와이파이7의 최대 속도를 이용자들이 체감하기까지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 와이파이7을 지원하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출시된 와이파이6E를 지원하는 기기조차 아직 많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 갤럭시 S21 울트라, S22 플러스, Z폴드 정도만 와이파이6E가 지원된다. 와이파이7칩을 탑재한 스마트폰과 컴퓨터 출시가 2023년 이후에나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려면 전자기기에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장비가 탑재돼야 하는데, 현재 와이파이6E를 지원하는 기기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들이 와이파이6E 솔루션도 이제서야 공급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와이파이7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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