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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취업과 일자리

"한국서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일자리 구했죠" 조선소에서 영그는 베트남 청년들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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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중공업 협력업체 직원 당반빈·부티한씨
서정대 졸업 직후 영암행…"안정적 한국 정착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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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 부티한(왼쪽), 당반빈씨가 16일 전남 영암군 삼호중공업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암=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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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가 수주 호황기를 맞았다지만,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크기의 현대삼호중공업이 들어선 전남 영암군과 목포시 일대 분위기는 썩 밝지 않았다. 돈이 '팽팽' 돌 때는 활기차고 사람 몰리던 지역이지만, 요즘엔 희망보다는 다급함이 동네 분위기를 감싼다. 감은 늘어도,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영암에 올해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 외국인 30여 명이 몰려왔다. 경기 양주시에 있는 서정대를 졸업한 '해외파' 젊은이들이 삼호중공업 협력사로 취직을 하면서다. 구인난에 시달렸던 삼호중공업과 협력사 직원들이 직접 대학을 찾아가 한국으로 유학을 온 학생들에게 취업을 통해 국내 체류 비자(E7)를 얻는 방법과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을 소개하는 등 발품을 팔아 학생들 마음을 사로잡았고, 유학생들은 낯선 영암행을 택했다.

16일 삼호중공업에서 만난 베트남 국적의 부티한(26)·당반빈(31)씨는 "졸업을 앞두고 일자리를 찾던 중 학교에서 추천을 받아 협력사에 입사했다"고 했다. 한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최고의 직장으로 꼽혔던 한국 조선소 인기는 '힘들고, 위험하고, 월급이 적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시들해졌는데, 이들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들이 다시 조선소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서 배운 도장 업무, 실무 현장서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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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호중공업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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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상당수는 대형 선박 겉에 도료를 입히는 도장공이다. 도장은 배의 성능 개선과 환경오염 방지 등에 큰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부티한씨는 "대부분 자동차학과를 나와 도장일 자체가 낯설지 않다"며 "학교에서 도장 업무를 배운 데다 말도 어느 정도 통해 현장 일 배우는 데 크게 어렵지 않다"고 했다. 2018년 연수 목적의 학생 신분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2년 동안 어학 연수를 하고 대학에 입학해 올해 초 졸업했다. 대학과 회사의 도움을 받아 취업까지 물 흐르듯 해결하면서 한국 정착의 기틀을 다진 셈이다.

신덕상 서정대 국제교류처장은 "학생들이 2년 동안 기능장 자격증 소지자, 직업 훈련원에서 30년 이상 교사로 활동한 전문가들로부터 착실히 현장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았다"며 "지난해 비자 제도가 바뀌어서 선박 도장공도 E7 비자에 포함되면서 곧바로 조선소에 취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당반빈씨는 "학생들의 관심사는 취업을 통해 한국에 정착하는 것"이라며 "회사 관계자들이 학교에 찾아와 취업은 물론 비자 취득과 변경 방법 등도 친절하게 알려줬다"며 삼호중공업을 찾은 배경을 전했다. 그동안 고용허가제(E9) 해외 인력 근로자는 3년(최대 4년 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는 반면, 유학생 출신 특정활동(E7) 근로자의 경우 근무하는 동안은 계속 체류가 가능해 연속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어 좋다는 게 이들 얘기다.

해외서 차별당하면 분개하는 한국인, 이들에게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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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 부티한(왼쪽)씨와 당반빈씨가 16일 전남 영암군 삼호중공업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암=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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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입장에서도 한국서 대학을 나온 외국인 직원들이 반갑다. 사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외국인 직원을 뽑지만 의사 소통이 어려워 한국인 직원들과 마찰이나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고 잠적하거나 상의도 없이 다른 일터로 옮기는 일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포함해 신입사원들의 활약에 고무돼 김형관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와 양영희 서정대 총장은 올해 7월 ①산학연 공동연구개발 ②현장실습 및 연수 ③현장 애로 기술 지도 및 이전 ④취업 정보 제공 및 진로 지도 등을 담은 산학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취업을 통해 국내 거주비자(F2) 취득 요건을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다는 부티한씨도 "베트남에서 온 동료들과 축구팀을 꾸려 주말엔 경기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며 "처우나 생활 모두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다만 여전히 업계 전반에 깔려 있는 외국인 차별 행태가 아쉽다. 산업계에선 귀한 몸이 됐는데, 여전히 그들을 낮춰 보고 함부로 대하는 고용주나 동료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당이나 월급이 더 많다고 회사를 옮기는 경우보다 감정이 상해서 갈 때가 많다"면서 "한국인이 해외에서 사소한 차별에 분개하듯 국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는 게 시민 사회는 물론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암=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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