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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세월호 때처럼은 안 돼…이번엔 제대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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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정쟁 프레임’에 반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경향신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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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일부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참사를 ‘정쟁화’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인륜에도 반하는 행태”(김기현 의원) “의회주의를 볼모로 한 이재명 살리기에 불과”(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강도 높은 비난이 이어졌다. 야권은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으면 오는 11월 24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계획서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참사 직후부터 정부·여당은 ‘참사가 정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정부·여당의 ‘정쟁 프레임’에 가장 먼저 균열을 낸 사람 중 하나다. 용 의원은 참사 사흘 후인 11월 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가 질의 없이 진행되는 것을 두고 “여기 정쟁하러온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추모만 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에 도대체 왜 국회가 들러리를 서야 하나”고 비판하며 퇴장했다. 용 의원은 여당이 ‘정쟁 유발’을 이유로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정치적 책임을 모면하고자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쟁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만약 협상을 이유로 야당이 여당에 끌려다니게 되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국민은 또다시 정치에 대한 무용함과 허탈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8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피켓을 든 침묵시위를 제안해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던 용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고 청년들과 함께 진상규명 활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이번만큼은 8년 전과 달랐으면 좋겠고, 다르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제대로 된 책임을 묻고 진실을 밝혀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11월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를 앞두고 여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정부 측 참석자들에게 질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당시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며 퇴장했다.

“참사 다음날인 10월 30일 언론보도를 통해 국회에서 행정안전부 현안보고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야는 정부가 사고수습에 주력해야 하기 때문에 질의와 의사진행 발언 없이 현안보고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에게 전화해 최소한 질의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날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의사진행 발언도 안 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참사 직후 사태수습 때문에 관계 기관장들이 현안질의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상황이라면 차라리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일정을 잡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했다. 참사의 주요 책임자인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이 국회에 와서 질의 한 번 안 받고 현안보고만 하고 간다? 정부 부처도, 국회도 굉장히 바빠야 할 시기인데 이런 식의 보여주기식 현안보고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의사진행 발언은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참사 직후 정부는 참사의 의혹이나 문제 제기에 대해 ‘정쟁 프레임’을 씌워 낙인을 찍었다. 질의 없는 보여주기식 현안보고도 참사에 대해 어떤 의문도 갖지 말고 정부가 하는 말만 들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국회가 들러리를 서면 안 된다는 생각에 퇴장까지 하게 됐다. 당시 이상민 장관은 5분 정도 업무보고를 했다. 이미 다 언론에 나온 내용이었다. 이를 보고 국민이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전혀 아니라고 본다.”

-11월 7일 국회 행안위 현안질의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위증 시 형사처벌을 받겠다고 약속하는 ‘증인 선서’를 해야 한다는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위증의 벌을 받겠다고 증인 선서를 하지 않으면 오늘 이 자리는 면피의 자리로 전락할 뿐’이라고 비판했는데.

“당시 박희영 구청장이 계속해서 거짓해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부적으로 확인한 상태였다. 박 구청장뿐만 아니라 책임자들의 말이 계속 바뀌고 있었다. ‘경찰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특별히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다’는 이상민 장관의 발언, 참사 당일 예년보다 경찰을 많이 투입했다는 경찰청장의 발언 등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 국회가 제대로 된 증언을 받아내지 못하는 자리가 된다면 이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쓸 수 있는 권한을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11월 16일 행안위 전체회의에 이임재 전 용산서장,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묶어 증인채택을 한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으리라고 봤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의사진행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묵살당했다.”

-그날 현안질의에서 박희영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이 용산구가 밝힌 지역축제 초청과는 관계없는 일정이었음을 지적했다.

“해당 건은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다. 참사 직후 용산구는 박 구청장이 경남 의령군의 초청공문을 받아 축제에 다녀왔다고 해명했다. 내부 문서가 공개되면서 지역축제와 상관없는 방문이었음이 드러났다. 또 용산구청은 지난 10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29 일 토요일 밤 11시 긴급상황실 설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용산구청장이 주장한 종합상황실은 당직실이었다. 심지어 참사 당일 용산구청 당직근무자 8명은 본인이 종합상황실 근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구청장을 비롯해 이 정부에는 참사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정직하게 해명하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농담, 이상민 장관의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는 발언, 김은혜·강승규 대통령실 수석의 ‘웃기고 있네’ 메모 등 정부 책임자 중 그 누구도 이 참사를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참사 당일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한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다는 걸 인정하고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꼈다면 그런 발언이나 행동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11월 8일에는 박희영 구청장을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박희영 구청장은 거짓해명 논란뿐만 아니라 이번 참사의 대비·대응에 가장 책임이 큰 사람이다. 정치적 책임만이 아니라 법적으로도 그렇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박 구청장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본인도 사퇴할 생각은 없어보인다. 주민소환은 당선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불가능하다. 책임을 지게 할 여러 방법을 생각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다가 박 구청장을 공천한 국민의힘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찾아보니 꼭 당원이 제소해야 한다는 제한 규정이 없었다. 제소할 때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도 징계절차 개시 여부를 논의한다는 언론보도를 봤다.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4조에 나오는 ‘품위유지’ 위반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인데 너무 황당했다. 나는 윤리규칙 제6조의 ‘성실한 직무 수행’ 위반으로 제소했다. 당 소속 공직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축제에 이태원역 부근에 군중이 몰릴 것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기관 간담회나 긴급 구청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예방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용산구 관내에서 안전문제에 책임을 다해야 하는 구청장이 공직자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출당·제명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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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1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안위 용산 핼러윈 참사 긴급현안보고에서 질의를 거부당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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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이 지난 11월 9일 국회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번 참사의 책임을 묻는 모든 행위에 ‘정쟁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이는 오히려 정부·여당이 정치적 책임을 모면하고자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쟁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정쟁 프레임’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국정조사 무용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 때 9차례에 걸쳐 진상조사를 했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9차례에 걸쳐 진상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건, 당시 박근혜 정부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집요하게 진상규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여당과의 협상 과정에 너무 매달리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만들게 된다. 그게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여당의 ‘정쟁 프레임’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할 일을 제대로 하면 국민은 이를 정쟁이라고 보지 않는다. 만약 협상을 이유로 여당에 끌려다니게 되면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제대로 마련될 수 없다. 국민은 또다시 정치에 대한 무용함과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다.”

-국민의힘은 특수본에서 수사 중이므로 국정조사를 하더라도 경찰수사 종료 후에 하자고 한다.

“최근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서울시 안전지원과 공무원이 자살했다. 형사적 책임으로만 참사의 책임을 좁혔기에 나타나는 역효과다. 일선 공무원들에게만 화살을 돌리는 경찰의 셀프 수사, 꼬리자르기 수사는 일단 중단하는 게 맞다. 특수본이 수사를 시작한 이후, 부처와 지자체들은 ‘수사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는 식으로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특수본의 수사가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여러 자료에 대한 접근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형사적 책임뿐만 아니라 2005년 상주 압사사고 이후 만든 매뉴얼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행정은 왜 무능했는지,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등을 포괄적으로 밝혀야 한다. 형사적 책임 추궁도 국정조사 이후 국회 차원의 고발을 통하면 된다.”

-현안질의에서도 자료제출을 하지 않는 용산구청 문제를 제기했다.

“참사 이후 열흘 동안 용산구청에 자료제출 요구가 500건 정도 들어갔다. 30건 정도만 자료가 왔다고 한다. 제출을 요구하는 자료가 참사 이후 새롭게 자료를 취합해 만들어야 하는 내용이 아니다. 이전에 회의했던 회의자료들, 참사 당일 구청장의 일정 등 기존에 있던 자료들이다. 용산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도 열흘이 지나도록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받지 못했다. 당장의 소나기만 피하면 되지 않겠냐는 심정으로 윗선에서 용산구청 직원들을 단속하고 있는 듯하다. 솔직히 용산구청 직원들도 걱정스럽다. 참사를 목격한 분들도 많을 것이고, 경찰수사 대상인 분들도 있지 않겠나. 공직자로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윗선에서 압박하니까 (진상규명 등의) 역할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자료제출 건으로 전화하면 울먹이는 분들도 있다. 윗선에서 책임을 회피하면서 직원들만 고통받고 있다는 생각이다. 박희영 구청장이 하루라도 빨리 직을 내려놔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구청장의 행위 자체로 직원들이 받는 압력이 굉장히 크리라고 본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국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조치지만, 지금까지 정부·여당이 워낙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발언과 행동을 해왔기 때문에 솔직히 참여할지는 잘 모르겠다. 여당이 끝까지 참여하지 않는다면 야당들만의 단독 국정조사라도 추진해 11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해야 한다. 향후 국정조사 특위가 구성되면 꼭 참여하고 싶다(용혜인 의원은 11월 18일 국조특위 위원으로 확정됐다).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고 청년들과 함께 진상규명 활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이번만큼은 8년 전과 달랐으면 좋겠다. 다르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제대로 된 책임을 묻고 진실을 밝혀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안전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우리 사회는 비용 취급한다. 조금만 더 신경쓰고, 조금만 더 원칙적으로 하면 된다. 거기에 드는 시간과 돈을 아까워하기 때문에 참사가 반복된다. 국민은 이제 더 이상 어디에서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참사 원인을 현장대응의 실패로만 좁혀서 볼 일이 아니다. 참사가 일어나게 된 원인 분석과 시스템 교체를 목표로 성역 없는 국정조사를 벌여야 한다. 지금 수사의 칼날이 향하고 있는 일선 소방서와 경찰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서울경찰청, 경찰청, 행정안전부, 국무총리의 정치적 책임, 그리고 대통령실의 책임까지 국회 국정조사에서 모두 물어야 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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