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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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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손실을 불러온 독일 헤리티지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신한투자증권 등 6개 판매사에 소비자의 투자원금 전액을 책임질 것을 권고했다. 라임무역펀드에 이은 또 한 번의 100% 배상 판정인데, 투자자가 착오를 일으킬 정도의 허위 정보로 상품을 판매했다면 '계약취소' 사례에 해당함을 시장에 각인시킨 셈이 됐다.
22일 금감원은 전날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을 심의한 결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제109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착오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실이 생긴 만큼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 분쟁조정에서 손실 100% 배상 결정이 나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분조위는 2020년 7월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전액 배상을 권고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옵티머스 펀드 분쟁조정 때도 같은 판정을 내린 바 있다.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을 거쳐 매각·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의 펀드다.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사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4835억원 규모의 상품을 판매했으나 관련 사업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2019년 6월부터 환매를 중단했다. 판매액은 ▲신한투자증권 3907억원 ▲NH투자증권 243억원 ▲하나은행 233억원 ▲우리은행 223억원 ▲현대차증권 124억원 ▲SK증권 105억원 등이며, 그 중 4700억원이 상환되지 않았다.
분조위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때처럼 이번 조정에서도 판매사가 허위 정보로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데 주목했다. 해외운용사가 거짓·과장되게 상품제안서를 작성했음에도 확인 절차 없이 이를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한 점이다.
특히 판매사는 계약 체결 시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재무상태가 우수해 계획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시행사의 헤리티지 사업이력과 신용도가 과장된 것은 물론 투자금 회수구조의 실현 가능성 또한 부족했다는 게 금감원 측 진단이다.
일례로 제안서엔 독일 시행사의 재무상태가 건전하다는 내용 등이 담겼으나, 확인 결과 사업 이력과 기업평가 내용 등이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행사의 자금력 등에 의존한 투자금 회수 안전장치는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담보권·질권 확보도 미흡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신용등급과 재무상태(2014년 기준 완전자본잠식)로는 설명서에 담긴 투자 계획(매입금액의 20%)을 이행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투자한 사실도 없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도 시행사는 총 24.3%의 수수료를 챙겼다. 계약상 판매·운용사 등에 약 5.5%의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는 시행사 자회사 등으로 추가 수수료가 부과된 탓이다.
관건은 판매사가 권고 사항을 받아들이느냐다. 금감원 분쟁조정은 강제성을 띠지 않은 일종의 권고 사항이다. 당사자인 신청인과 금융사가 조정안을 받은 뒤 20일 이내에 이를 수락해야 성립된다.
일단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우리은행 등은 앞서 펀드 가입자에게 투자원금의 50%를 선지급하기로 한 뒤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모든 소비자에게 지급을 마쳤다. 추후 이사회 논의를 거쳐 배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조정이 성립되면 나머지 투자자에 대해서는 분조위 결정내용에 따라 조속히 자율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약 4300억원(일반투자자 기준)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범준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부원장보는 "일반투자자인 신청인이 독일 시행사의 시행능력 등에 대해 직접 검증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반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해 "사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계약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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