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셸 실버스타인의 그림책은 인간과 나무의 삶을 담고 있다. 책 속에서 나무와 친구가 된 소년은 나무가 주는 열매를 팔고, 나뭇가지를 꺾어서 땔감으로 쓰고, 또 나무줄기를 잘라서 배를 만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 후에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산림은 언제나 우리 모두를 품어왔다.
한국은 산림이 전 국토의 63%로 OECD국가 중 4위이며, 세계 평균(31%)의 약 2배다. 핀란드 73%, 일본 69%, 스웨덴 68% 다음일 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든 집에서 1시간 이내면 공원이나 휴양림에 갈 수 있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지난 60년간 산림자원이 20여배 증가한 결과이다. 우리는 ‘최단기 산림 녹화’라는 독특한 업적을 만들어낸 녹지 강국으로, 벌거숭이였던 산을 푸르게 가꾸어낸 경험이 있다.
시니어의 인생 3막을 생각할 때, 산과 숲을 다시 봐야 할 이유가 있다. 우리 국민은 산을 참 좋아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취미’는 지난 10년이 넘도록 ‘등산’이 1위를 차지했다. 산나물도 즐겨먹고, 캠핑족도 나날이 늘어나 700만명이나 된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산촌생활 대리만족 프로그램도 장수하며, 중장년층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건강한 삶’이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는 시대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정신과 육체가 균형을 이루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각박한 도시생활과 경쟁지향성에 지쳤던 사람들은 점차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이때, 산을 쉼터(놀거리)로만 보는 시각을 확장한다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일거리와 할거리도 무궁무진하다.
먼저, 숲과 함께라면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다. 한국 사람은 오래 살고, 잘 살지만, 행복하지 않다. 시니어들은 평균 64세부터 질병에 시달려 약 18년간을 힘들게 살다가 죽기 때문이다. 숲을 자주 찾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보탬이 된다. 산과 가까이 하면, 스트레스가 줄고 면역력이 증가하는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회복된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으로 유명한 이시형 박사의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을 가보면 숲길 걷기, 자연의 소리 명상과 같은 숲 친화적인 활동으로 채워져있다. 해외에서는 산을 정기적으로 찾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곳도 있다. 자연에 방문하는 게 건강 관리 및 질병 예방 활동이며,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줄인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관점으로는, 일거리를 만들 수 있다. 산림청과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숲에서 일하는 100가지 방법'이라는 산림일자리 안내서를 내기도 했다. 책 안에는 숲해설가, 산림치유지도사가 되는 방법이나 목재, 임산물 생산에 종사하는 길이 정리되어 있다. 200장이 넘을 정도로 다양한 일자리와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해외에서는 독일에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다. 슈바르츠발트(흑림숲)는 서울시의 10배 크기로 요양과 휴양 기능을 한다. 노노케어(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돌봄 관광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뵈리스호펜 마을 사례도 있다. 100명의 주민이 목축업에 종사하던 작은 시골마을은 한 신부님의 자연치료 요법을 배운 후 현재 인구가 1만여명을 훌쩍 넘었고, 20%는 산림치유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방문객을 위한 숙박시설에 종사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지방자치단체는 산림청, 대학 등과 코스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또, 일본 산촌마을 가미가츠읍도 있다. 총 면적의 85.6%가 숲이던 곳이다. 주민 2000명의 절반 정도가 65세 이상이라 기존의 주요 산업이던 목재와 귤 수확이 어려워졌다. 이때 고령자도 손쉽게 할 수 있는 나뭇잎에 주목했다. 단풍잎을 곱게 따서 10매씩 포장해 고급음식점에 판매해 예전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됐다. 이제는 수천명의 연구자들과 관광객이 벤치마킹하러 몰려오는 곳이 됐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도 시니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산림 관련 창업과 기술 교육을 통해 최신 드론이나 로봇팔과 같은 기계를 활용해 스스로 일을 만드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또, 제주·강원·전라 지역에 산림치유를 할 수 있는 힐링과 웰니스 관광 마을을 만들기도 한다. 숲길 걷기나 산속 명상, 약초 족욕과 같은 활동들이 포함된다.
코로나를 겪으며 나만의 나무, 숲 찾기나 작은 텃밭, 정원 가꾸기도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다. 반려식물학교나 반려식물병원도 생겼다. 아직 초기이지만, ESG 열풍에 힘입어 기후변화와 관련해 산림부문 탄소배출권 관련 진단 사업이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조림 사업도 생겨나고 있다.
‘숲’에는 정년이 없고, ‘나’로 있을 수 있다. 탓닉한 스님은 "우리는 숲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고, 나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고 아끼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숲은 우리를 기다리는 보물이 가득하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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