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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北, 반정부 투쟁 선동까지…'김여정 막말'에 담긴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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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이틀 만에 '대남비난' 담화 발표

전현직 대통령들 실명 거론하며 막말

외교부 겨냥…"대북제재 올가미 될 것"

'안보리 무용론' 속 평행선 달리는 韓中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과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추진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문제 삼는 공개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반발하는 담화를 내놓은 지 이틀 만이다.

이번 담화에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천치바보"라고 막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 시절과 비교하며 사실상 반정부 시위를 선동하는 메시지까지 던졌다. '한미훈련'에서 '대북제재'로 군사적 도발의 명분을 전환해 나가면서 남북 간 '강대강' 대치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해먹을 땐 '서울 과녁'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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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소개로 북측 수행원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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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부장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남한)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다"라며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고 강변했다.

특히 "미국과 남조선 졸개들이 우리에 대한 제재압박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릴수록 우리의 적개심과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며 그것은 그대로 저들의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로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같은 담화 내용은 남한을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9월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핵무기를 사용한 선제타격 의사를 드러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을 구체적인 공격 목표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마치 1994년 제8차 남북 간 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남조선 외교부 것들이 우리의 자위권행사를 '도발'이라는 표현으로 걸고들며 그것이 지속되고 있는 것만큼 추가적인 '독자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는 나발을 불어댔다"며 "미국이 대조선 '독자제재'를 운운하기 바쁘게 토 하나 빼놓지 않고 졸졸 따라 외우는 남조선 것들의 역겨운 추태를 보니 갈데 없는 미국의 '충견'이고 졸개"라고 비난했다.

이는 추가적인 대북 독자제재를 시사한 외교부를 겨냥한 것으로,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독자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외교부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관여한 인사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거나 사이버 분야 제재 조치 부과 등에 대한 검토를 예고했다.

한미훈련 → 대북제재…"군사적 도발 명분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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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성-17형 시험발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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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22일 오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해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반발하는 담화를 내놓은 지 이틀 만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이어 대북 독자제재를 빌미로 삼은 추가 도발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ICBM 정상각도 발사나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자 대남·대미 외교 총책인 김여정의 입을 통한 담화로 위협에 무게감을 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22일 담화가 유엔과 미국을 겨냥한 비난이었다면 이번 담화는 대남비난에 주력한 것으로, 대북제재에 대한 입장을 항변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며 "추가 도발의 명분을 확보하고 전·현직 대통령의 실명 비난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회 분열을 유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현 정부에 대해 경멸적인 표현까지 써가면서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며 "김여정이 막말 비난을 내놓은 게 처음은 아니지만, 대남정책을 관장하고 군부에도 일정한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향후 북한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한층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보리 무용론' 속 평행선 달리는 韓中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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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오른쪽) [사진제공=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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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우방국으로 꼽히는 중국은 최근 정상 외교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핵 위협에 대한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지만,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북한의 오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결의도 막힌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제재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전날 제9차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을 만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확대는 국제사회의 압박과 결속력 강화를 초래할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웨이 부장은 "당사국 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답변으로 온도 차를 드러냈다.

안보리를 통한 국제사회 압박도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확산 문제에 대한 공개회의를 소집했지만, 또다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산회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무력 도발은 '미국 탓'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미·일 등 14개국 대사들이 회의 직후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장외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 지도부의 판단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지 못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더욱 고도화되고 남한에 대해서도 보다 고압적인 태도로 나올 것"이라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까지 고려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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