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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편의점 일회용품 사용금지 첫날…과태료 없고 혼란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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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정책·계도기간 부여가 혼란 부추겨”

한겨레

24일부터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돈 받고 파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1년간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는 계도기간이 존재한다. 사진은 23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붙은 안내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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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편의점 일회용품 사용금지라더니, 포스기에 아예 50원짜리 봉투를 찍을 수 있는 바코드를 본사에서 일괄 삭제했어요. 점주님이 일회용 비닐봉투(무지봉투)가 500장 넘게 남았으니 다 소진할 때까지는 그냥 50원짜리 봉투를 100원(친환경 비닐봉투 바코드)에 팔라고 하시는데, 손님이 항의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에요.”

편의점 일회용 비닐봉투 등의 사용이 금지된 2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 이아무개(23)씨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겉으로는 판매금지지만,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해 과태료를 물리지 않으니 당분간 이와 비슷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31일 개정·공포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중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 확대 규정을 이날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시행규칙 적용에 따라 편의점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판매할 수 없고, 카페나 식당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 등의 사용도 제한된다. 다만, 계도기간 1년을 부여해 적발돼도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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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원에 판매했던 일회용 비닐봉투(무지봉투)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한 편의점 포스기 모습.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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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편의점 점주들과 알바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도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금지’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불법’이긴 하지만 과태료가 없는 ‘계도기간’ 동안 남은 일회용 비닐봉투를 소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글이 많았다.

한 점주가 “종이컵도 50원이니까 종이컵 바코드를 대신 찍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자 “벌금 파파라치가 ‘일회용품 무상 제공’으로 신고를 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반박 글이 달렸다. 또다른 점주가 “그냥 100원짜리 친환경 봉투 바코드를 찍어 판매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글을 올리자, 여기엔 “50원짜리 봉투를 100원에 팔아 이익을 남겨 먹으려 한다는 손님의 항의가 들어올 것 같아 걱정”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평소에도 봉툿값을 내는 것에 항의하는 ‘봉투 빌런’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50원짜리를 100원에 팔았다가는 ‘봉투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나올까 두렵다는 의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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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원짜리 일회용 비닐봉투 바코드가 사라진 편의점 포스기 모습.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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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 봉투나 종량제 봉투로 하루빨리 갈아타는 것이 ‘정답’이지만, 편의점 상권에 따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 업주와 알바생들의 설명이다. 경기도 한 공단 상권에 있는 편의점 점주라고 밝힌 고아무개(50)씨는 “여긴 외국인 비율도 높고, 20~50원에도 항의하는 사람이 많아 법 시행 전엔 비닐봉투를 그냥 무상 제공해왔다”며 “50원짜리 봉투를 100원에 팔거나 400원 가까이 하는 종량제 봉투(10ℓ)를 강요했다가는 손님을 빼앗길 형편이라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밖에도 “손님이 일회용 나무젓가락 요구하면 어떻게 하냐” “플라스틱 빨대·스푼을 몇 개씩 한꺼번에 가져가는 손님도 많은데, 치워놓아야 하느냐”는 등의 글도 올라왔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애초 환경부의 말 바꾸기가 문제다. 생분해(친환경) 비닐봉투도 금지했다가 항의에 밀려 2024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즉석조리식품엔 나무젓가락을 제공하지 말라고 했다가 ‘라면은 되고 치킨은 안 되냐’고 하자 슬그머니 허용하는 식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계도기간을 부여한 만큼, 환경부가 시행규칙을 세세히 손봐서 현장의 혼란을 줄여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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