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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사이드 차이나] “시진핑 물러나라”…마구잡이 봉쇄에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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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2022년 11월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우루무치 화재 사고 피해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에선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같은 구호도 등장했다.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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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봉쇄·격리 방역 조치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비상식적 방역 정책으로 인해 쌓여온 분노가 집단 저항으로 터진 것이다.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동부 상하이시에선 ‘시진핑 물러나라(習近平下臺)’ ‘공산당 물러나라(共産黨下臺)’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 지도체제를 직접 부정하는 정치 구호까지 등장했다. 중국에서도 집단 시위는 늘 있었으나, 2012년 시 주석 집권 후론 사회 통제 강화로 흔치 않았다. 중국 각지에서 봉쇄·격리·코로나 검사 관련 인명 피해가 잇따르면서, 시진핑표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清零 칭링)’에 불복하는 시위가 빈번해졌다.

◇ ‘봉쇄’ 우루무치 화재 사고에 분노 폭발

26일 밤 상하이시 쉬후이구 우루무치중루에선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시에서 발생한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와 미국 소셜미디어 트위터 등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평온했던 집회는 27일 새벽으로 넘어가며 항의 시위로 바뀌었다. 우루무치중루는 국제 사회에서 인권 탄압 비판이 큰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성도 우루무치 지명을 따라 지은 도로명이다. 상하이시에선 쉬후이구와 징안구에 걸쳐 있는 우루무치루·우루무치중루·우루무치베이루·우루무치난루를 중심으로 위구르족을 비롯해 중국 내 무슬림 소수 민족이 모여 산다.

경찰 수백 명이 출동한 가운데, 시위 참여자들은 중국 검열에 대항하는 의미로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흰 종이를 들고 ‘우루무치 봉쇄 해제’ ‘신장 봉쇄 해제’ ‘전국 봉쇄 해제’를 외쳤다. 방역 정책 항의 구호는 이내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독재는 필요 없다, 자유를 원한다’ 등 정치 구호로 이어졌다.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은 “중국에서 3년 전 전염병이 발생한 이래, 민중이 공개적으로 외친 가장 대담하고 급진적인 구호”라고 평했다. 대기 중이던 경찰은 최루탄 등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했고 일부 시위자를 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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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7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우루무치 화재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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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위는 24일 밤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루무치의 21층짜리 아파트 건물 화재가 도화선이 됐다. 중국 소셜미디어엔 화재 당시 건물이 봉쇄돼 있어 주민들이 대피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급속히 퍼져 나갔다. 16층에 살던 한 가정의 아이 3명이 구조되지 못한 채 산소 부족으로 숨졌다는 소식에 네티즌 분노가 폭발했다. 우루무치는 코로나 전파를 차단하겠다며 8월부터 도시 대부분을 봉쇄해 시민들은 세 달 넘게 집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화재 사고 소식에 25일 밤 시민 수백 명이 길거리에서 ‘봉쇄를 중지하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비판이 거세지자, 우루무치 당국은 하루 뒤인 25일 밤 건물 출입구 문이 잠겨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출입구 문을 열지 못하도록 선을 감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은 조작됐다는 것이다. 오후 8시 화재 발생 후 건물 앞에 장기간 방치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오후 11시에야 화재가 진압됐다고도 해명했다. 당국자가 “일부 사상자는 건물 내 화재 비상구를 잘 모르고 있어서 변을 당했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린 듯한 발언까지 전해지자, 시민 분노는 더 커졌다. 27일 우루무치시는 28일부터 버스·택시·기차·비행기 운행을 점진적으로 재개하겠다고 발표하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또 저위험 지역에선 마트·약국·미용실 등 필수 업종 영업도 점차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우루무치 화재 사고는 봉쇄되면 불이 나도 대피하지 못하고 건물에 갇혀 죽는다는 공포를 다시 불렀다. 앞서 쓰촨성 지진 때도 방역 요원들이 주민에게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한 게 밝혀져 몰상식한 방역 논란이 거셌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선 주거단지 봉쇄에 항의하는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가 기습 봉쇄되자, 주민들은 봉쇄 근거 등을 요구하며 이의를 제기해 봉쇄 조치를 취소시켰다. 이후 유사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10개 이상 단지가 예정보다 빨리 봉쇄를 해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밤~28일 새벽엔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 인근 도로에서 1000명 넘는 시민이 영하 날씨에 모여 집회에 나섰다. 경찰의 해산 명령을 거부하고 우리는 마스크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우리는 핵산 검사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등 정부 방역 조치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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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7일 밤~28일 새벽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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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 시위 확산…시진핑 모교 칭화대서도 “민주주의” 노래

대학교에서도 당국 비판 시위가 잇따랐다. 1989년 베이징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대학생이 주도했던 만큼, 중국에서 대학생 집단 시위는 특히 민감하게 여겨진다. 주말 동안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시위 관련 사진이나 영상이 올라오면 검열 당국이 즉시 삭제하고 또 다른 시위 게시물이 올라오면 또 곧장 삭제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시 주석 모교인 베이징 칭화대에선 27일 학생 수백 명이 당국 검열을 비꼬는 의미로 빨간색 느낌표가 찍힌 빈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열망하는 노래를 불렀다. 동부 장쑤성 난징교통대에서도 학생들이 전화기 빛을 밝게 비추며 우루무치 화재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선 한 교직원이 확성기에 대고 “언젠가 오늘 행동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학생들을 비판하며 해산하라고 지시했다. 학생들은 “당신도”라고 응수했다.

대학 시위는 베이징·광저우·시안·창사·충칭·하얼빈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문구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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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7일 밤~28일 새벽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AP 연합



26일까지 중국 전역 코로나 감염자 수는 나흘 연속 역대 최대치 기록을 깼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6일(0~24시) 중국 본토 코로나 감염자 수(해외 유입 제외)는 3만9506명(확진자 3648명+무증상 감염자 3만5858명)으로 집계됐다. 충칭에서 사망자가 1명나와 누적 사망자 수는 5233명으로 늘었다.

대도시 감염 확산세가 심상찮다. 26일 하루 베이징 신규 감염자 수는 4307명으로, 전날(2595명) 대비 66% 증가했다. 인구 3200만 명인 충칭시에선 이날 하루 8861명의 감염자가 새로 나왔다. 남부 광둥성의 인구 1900만 명 광저우시에서도 26일 하루 신규 감염자 7412명이 보고됐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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