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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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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단체·협동조합에 막힌 법인세 인하… “고용·투자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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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데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는 법안 상정을 요구하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위기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용·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법인세 인하가 절실하다며 연일 호소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이날도 개최되지 않았다. 지난 22일 조세소위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안이 논의됐지만 여야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끝났고, 그 이후로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여야는 해당 안건을 조세소위로 넘겨 여야 간사 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기재위 여당 간사이자 조세소위 위원장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조선비즈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이날 회의는 여야 간 합의 불발로 취소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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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25%로 올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이전 수준인 22%로 되돌리고,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4개에서 2~3개로 줄이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지난 7월 국회에 제출했다. 매출 3000억원 미만인 중소·중견기업에는 ▲과세표준 5억원 이하 10% ▲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 등 3개 구간을 적용한다. 대기업은 ▲과세표준 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 등 2단계로 단순화한다.

당장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 의원들이 잠정적으로 정한 세제 개편안 심의 기한은 오는 30일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이 다음달 2일인 만큼, 세입에 영향을 주는 세제 관련 법안은 이보다 일찍 결론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다음달 2일 본회의에 정부안이 그대로 상정되고,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 부결된다.

야당 측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부자 감세’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로 이어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소수의 대기업에만 감세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지난 22일 조세소위에서 “법인세 감소가 고용이나 투자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 불확실해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민주당이 사회운동단체를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안’,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 기본법 제정안’, ‘협동조합 기본법 개정안’ 등의 상정을 요구하며 다른 기재위 일정을 사실상 거부한 것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논의를 멈춰세웠다.

기재위 관계자는 “양당 간사간 시급한 민생법안부터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민주당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 등이 상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법안도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변수가 많아 올해 중 가능할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법인세 인하가 시급하다며 연일 호소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2017년 21.8%에서 2021년 25.5%로 높아졌다. 법인세 유효세율은 해당 국가 내 기업이 적용받는 실질적인 부담 수준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법인세를 인상한 OECD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터키·슬로바키아·아이슬란드·라트비아 등 6개 뿐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국제적 수준으로 되돌려야 투자와 고용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경제계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P) 인하할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총 자산 대비 투자 비중은 각각 6.6%P, 3.3%P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같은 조건에서 고용 증가율은 대기업 2.7%, 중소기업 4.0%로 추정됐다. 이 외에도 외국인 투자 유치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제계는 보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번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안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내년 경기 침체에 대응하려면 올해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민생과 전혀 관계없는 법안으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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