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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수원·신촌 모녀의 비극…청구서는 알고 정부는 모르는 위기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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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독촉장은 위기가구 실거지주에 배달됐지만

전입신고 등 하지 않아 공무원들 에전 주소 찾아

전기요금 밀려도 하나의 정보일뿐 발굴대상 지정 안돼

전문가 "위기정보 숫자 늘려도 현장인력 부족하면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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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지난 23일 숨진 모녀 사건은 지난 8월 '수원 세모녀 사건' 처럼 지자체 공무원이 이사한 주소지를 알지 못해 속수무책 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

수원 세모녀는 남편이자 아버지가 남긴 빚에 시달리면서 경기도 화성에서 수원으로 이사해 은둔형 생활을 했고, 신촌 모녀도 서울 광진구에서 서대문구로 이사한 후 전입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위기가구로 발굴되고도 이들이 어디에 사는지 알 수 없어 도움의 손길이 닿을 수가 없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헛걸음을 했지만, 이들이 실제 거주 한 집 앞으로는 전기요금 납부를 독촉하는 고지서는 꼬박꼬박 날아왔다. 수원 세 모녀는 지난 6월과 7월달 전기요금 3만6260원 미납해 전기가 끊길 것이라는 경고문이 담긴 고지서를 받았다. 신촌 모녀 집에선 5개월 간 전기요금을 못 내 9만2천여원을 내라는 독촉장이 발견됐다.

건강보험료나 통신료 등 다른 요금 청구서는 바뀐 주소를 알지 못하면 본인에게 청구서를 보낼 수 없지만, 현관 앞에 쌓인 전기요금 고지서는 주소 이전 여부와 상관없이 위기가구를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전기요금은 해당 가구에서 전기를 쓰고 미납하면 무조건 고지서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두 가구에게는 전에 살던 사람의 이름으로 고지서가 배달됐다.

전기요금 납부 독촉장이 송부된 이들 가구를 왜 공무원들이 찾아가지 않은 것일까. 지금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서는 전기요금이 밀릴 경우 위기가구 정보가 접수가 되지만, 이것만으로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는 단전, 단수, 단가스, 건보료 체납,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복지시설 퇴소, 금융연체, 국민연금 보험료 체납 등 34종의 위기정보를 수집·분석해 상위 2~3%에 속한 고위험군을 선별해 지자체에 통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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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관계자는 "2개월마다 450만~500만건의 위기정부가 입수되는데 그걸 모두 일일이 지자체 공무원들이 확인할 수 없다"면서 "위험이 좀 더 상대적으로 높은 한 20만 명 정도를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 기준을 개인 단위에서 세대 단위로 바꾸고 질병·채무·고용·수도요금 체납 등을 위기가구 관련 정보를 34종에서 44종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행정안전부와 통신사가 보유한 주소와 연락처 등 위기가구의 정보를 넘겨받을 수 있게 하고, 전입신고때 세대주뿐만 아니라 세대원의 연락처도 쓰도록 전입신고서의 서식도 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촌 모녀처럼 통신비 연체로 휴대전화가 끊기거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을 때는 의미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위기 정보만 늘리기보다 현장에서 발굴 인력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정보 자체는 보완적인 수단일 수밖에 없다"면서
"정보의 양을 많아지고 더 자주 지자체로 내려간다고 해도 현장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특히 "수원 세 모녀처럼 부채 문제로 노출을 꺼리는 경우는 사후적으로 찾아내기가 힘들다"면서 "부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 등과의 상담과 다른 복지혜택을 연계시켜 주는 사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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