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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철도 지하화로 서울 교통 요지에 신도시급 부지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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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오세훈표 도시계획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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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정부와 '지상철로 지하화 특별법' 제정에 적극 공조한 배경에는 이를 통해 확보한 부지로 노후화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경인선 등 시내를 관통하는 지상 철로는 과거엔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노후화와 신규 지하 도시철도 개통으로 점차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도시관리를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도보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지역을 단절시키고, 소음과 진동을 유발해 주변 주거지의 생활 여건도 나빠졌다.

서울시는 지상철도 지하화를 통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도심에 새로운 대규모 복합개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교통 요지에 대규모 개발 부지 확보 기대감…철도차량기지 상부 복합개발도 추진

지상철도 지하화 구상이 현실화하면 시내 곳곳의 교통 요충지에 대규모 개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서울 시내 지상철도 중 경인선 등 6개 국철 구간 노선을 합치면 71.6km에 달한다. 양방향 철로 폭과 역사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신도시급(330만㎡) 부지 여러 개를 합친 가용 면적이 나올 수 있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에 주택,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된 초고층 건물과 선형의 녹지축을 연계하는 복합개발을 검토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3월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이 같은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지상철로 부지는 대부분 국공유지여서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는 이와 동시에 약 4.6㎢(460만㎡) 규모인 시내 철도차량기지 부지 상부를 인공대지(데크)로 덮어 상부를 복합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건은 재원 조달이다. 서울시가 2013년 용역 발주한 보고서에는 지하철 1·2호선 및 경의선 등 6개 국철 지상부 86.4km 구간 지하화에 필요한 예산은 38조원으로 추산된 바 있다. 일부 구간을 제외했지만 공사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이보다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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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신길역으로 향하던 열차가 탈선해 시민들이 철로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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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오세훈 시장은 지난 3월 2040 도시기본계획 설명회에서 "지상 공간을 활용하고 가치를 극대화하면 상당 부분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 공공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부지 일부는 민간에 매각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법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철도 지하화로 확보한 부지 용도, 용적률 등을 일반 법령에서 정한 기준 이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다. 향후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재원 부담을 줄이는 핵심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도 확대 가능성…전문가 "가장 노후화된 경인선부터 추진해야"

지상철도 지하화 정책이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야권에서도 관련 입법안이 제출됐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부천시갑)은 올해 1월 '대도시권 철도 지하화와 지상부지 통합개발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토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상철도 노선 구간의 통합개발구역을 지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사업 시행과 관련한 조세와 부담금을 감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서울 외에도 다른 수도권 지역까지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서울 외에 다른 지자체도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낸다. 인천시는 최근 1호선 인천~구로 27km 구간 지하화 추진전략 용역을 발주했다. 윤 대통령이 공약한 경부선 당정역~서울역 구간 지하화도 군포시, 안양시 등을 통과하기 때문에 관련 지자체와 주민들의 기대감이 크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정권 교체 영향이 크다. 국토부는 올해 초까지 지상철도 지하화 정책에 미온적이었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재정 사업이란 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중점 공약이 되면서 적극 추진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정부가 특별법을 추진하면 야권이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선 후보 시절 경인선을 비롯한 수도권 지상철도 지하화를 공약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관련 특별법 제정 이후 사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철도개발 전문가인 표찬 하우에스테이트 대표는 "사업 우선순위를 본다면 가장 노후도가 심하고, 철로 구조가 단순한 경인선부터 지하화하는 게 맞다"며 "특별법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외에 어떤 인센티브를 부여할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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