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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경기마다 조마조마” 월드컵 특수 ‘극과극’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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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치킨·피자 업종 호황 이면엔

“연말 특수 사라졌다” 자영업자들 한숨도

“선전 기쁘면서도, 8강 가면 어쩌나 조마조마”

헤럴드경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가 열린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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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연말 특수가 사라졌네요.” 서울시 용산구에서 분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서모(42)씨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소식을 듣곤 한숨부터 나왔다. 12월은 분식집도 여느 음식점과 같이 ‘연말 특수’를 누리는 기간이지만, 올해는 월드컵 기간이 겹쳐 사정이 달라졌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팀이 선전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치킨·피자 업종 등 소위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자영업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영업자들 사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매출이 집중되는 저녁 시간에 응원객 대부분이 집에서 축구 경기를 보며 치킨·피자 메뉴 위주로 배달을 시키거나, 축구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식당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서씨는 “평일이라도 저녁 배달이 못해도 30여건은 들어오는데, 가나전이 열렸던 지난달 28일엔 10여건에 그쳤다”며 “배달앱 순위 10위까지를 모두 치킨‧피자 프랜차이즈가 차지하고 있는 걸 보고 솔직히 배가 아팠다”고 털어놨다.

서울에서 한식을 판매하는 박모(35)씨 역시 “일일 매출이 100만원까진 됐는데 요즘 들어선 반토막”이라며 “다음 경기 땐 일찌감치 집에나 들어가야겠다”고 했다.

주류를 판매하는 음식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대형 TV가 설치된 경우가 아니라면 경기 때마다 여지없이 매출 부진을 겪곤 한다. 종로구에서 포차를 운영하는 이모(38)씨는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 내 포르투갈 경기가 열렸던 지난 3일, 이른 저녁부터 홀이 한산해져 아르바이트생을 일찌감치 퇴근시켰다. 이씨는 “원래는 가장 바빠야 할 시간에 핸드폰만 했다 ”며 “그나마 브라질전은 새벽 4시라니 다행이지만, 솔직히 8강까지 가면 어쩌나 싶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호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포르투갈전 당시 해당 카페에는 “중도 퇴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손님이 없어 일찍 들어갈까 심각하게 생각 중”, “그래도 자정 경기가 초저녁 손님은 있을 줄 알았는데, 경기 있는 날마다 최악이다” 등의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대목’을 기대했던 배달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동작구에서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하모(35)씨는 포르투갈전 당시, 경기 관람도 포기하고 배달에 나섰다. 축구 경기 전후에는 만원까지도 배달료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수익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씨는 “대부분의 콜(배달 주문)이 치킨이었는데, 정작 치킨집에 도착하면 주문이 밀려있어 음식을 받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해 기대만큼 배달을 많이 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치킨·피자 업종과 편의점 등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치킨 브랜드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28일 전국 매장 매출이 전주 대비 150%,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60% 늘었다고 밝혔다. 피자 프랜차이즈 도미노 관계자는 “우르과이전이 있던 지난달 24일 전체 매출이 전일 대비 2배 늘었다”고 전했다. 이날 일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들은 수십 분간 주문이 지체되거나, 거리 응원이 개최된 광화문 광장 등에 대해 배달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 매출 역시 경기 전후로 집중됐다. 우르과이전 당시 광화문과 시청광장 인근의 편의점 프랜차이즈 CU 점포 맥주 매출은 전주 대비 1030% 증가했다. 스낵류와 안주류도 각각 680%, 570% 늘었다. 쌀쌀한 날씨 탓에 핫팩 매출도 1500% 늘었다.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식당들 역시 응원객들이 모여들이 ‘대목’ 장사를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더 쓴다거나, 영업을 연장하는 식당들도 많다. 응원객들의 자리 잡기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3일, 구로동의 한 술집에서 지인들과 포트투갈전을 즐긴 신모(28)씨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인근에서 대기를 한 끝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신씨는 “밤 10시부터 예약을 걸어 놨는데, 뒤에 왔던 손님들은 결국 자리가 나지 않아 돌아가야 했다”고 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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