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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구찌·K팝이 선택한 제페토·이프랜드, 메타버스 시장 ‘안착’… 21조 쓴 메타는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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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네이버가 구찌와 협업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신상 의류와 피렌체의 구찌 빌라를 구현한 모습./네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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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메타(페이스북)가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에서 네이버와 SK텔레콤 등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용자들로부터 나오는 인지도,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수익모델 확보 등 사업성 면에서 국내 업체들에 비해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제페토’나 SK텔레콤 ‘이프랜드’의 경우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사용자들이 메타버스 속에서 디지털화된 명품을 사고팔도록 해 ‘돈 되는 메타버스’라는 인식을 자리잡게 한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K팝 스타들과 협업해 팬덤이 메타버스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한 점도 MZ세대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반면 메타의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는 마땅한 수익구조 없이 막연하게 가상현실에 집중한 것이 패착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페토 월간 활성 이용자수 2000만명 달해

5일 영국 IT 전문매체 베르딕트에 따르면, 메타 호라이즌 월드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9월 기준 20만명에 그쳤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해 초부터 지난 3분기까지 가상현실(VR) 헤드셋과 메타버스 사업을 맡은 ‘리얼리티 랩’에 150억달러(약 21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했다. 투자 규모에 비하면 너무나 부진한 성과라는 것이다. 호라이즌 월드는 메타의 3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올 3분기 메타의 순이익은 4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92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9월 기준 네이버 제페토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000만명으로 집계됐다. 호라이즌 이용자 수의 100배에 달하는 것이다.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는 3억 건에 달한다. 특히 제페토 이용자 가운데 한국인 비중은 약 5%에 불과하다. 중국, 일본, 미국 등 제페토의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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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이프랜드의 해외 진출은 지난달 23일, 전 세계 45개국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 9월 기준 이프랜드의 국내 누적 다운로드 수는 1280만건, 월간 활성이용자 수 260만명을 기록했는데, 국내 기록만으로도 메타보다 이용자 수가 13배 더 많은 셈이다. 베르딕트는 “제페토와 이프랜드 같은 한국 기업들의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추진력을 얻고 있는 반면 메타는 메타버스와 관련해 진행된 전 세계 이용자들의 검색 순위 조사에서 10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며 “메타는 메타버스를 통해 디지털 경제 시대를 선도하려 했지만 다른 기업들의 성장을 지켜봐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고 전했다.

◇MZ세대 열광하는 브랜드와 협업, 팬덤 문화도 구축

제페토와 이프랜드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세계적인 업체들과 협업해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MZ 세대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들과 잇따라 협업하고 있다. 구찌, 불가리, 크리스찬 루부탱 등 명품 업체들과는 물론 젠틀몬스터, 아디다스, 나이키와 같은 패션 브랜드들, 또 디올 뷰티와 나스 등 뷰티 업체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과 손잡은 것이다.

예컨대 네이버는 지난 1월 제페토 내에서 이용자들이 구찌의 최신상 컬렉션을 골라입을 수 있게 하고 피렌체의 ‘구찌 빌라’도 제페토 내에 구현했다. 이에 구찌 아이템을 활용한 콘텐츠는 열흘만에 40만개 이상 생성됐고, 같은 기간 조회수는 300만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렌드에 민감한 MZ 세대를 적극 공략한 것이다.

인지도를 높인 것을 기반으로 가상 화폐까지 도입해 메타버스 내 경제 생태계를 확장한 것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제페토에서는 가상화폐인 젬(ZEM)과 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는 제페토 스튜디오를 통해 제페토 내에서 착용 가능한 의상, 소품을 제작한 뒤 판매할 수 있는데, 판매액의 25%를 젬으로 받을 수 있다. 5000젬이 쌓이면 현금화가 가능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제페토 스튜디오는 2020년 3월 오픈한 뒤 한달만에 8억원 이상 매출이 발생했다”며 “지난 9월 기준 크리에이터 283만명, 아이템 판매 개수는 약 1억 8400만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프랜드도 지난 9월 ‘이프랜드 포인트’를 도입해 메타버스 경제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특정 시간대에 접속하거나 이프랜드 내 다양한 기능 사용하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앞으로 암호화폐와 연계해 경제 시스템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목표다.

이프랜드는 제페토에 비해서는 후발주자이지만 대신 제페토에는 없는 기능을 도입해 또 다른 수요층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예컨대 이프랜드는 131명 동시접속 등의 기능을 도입했는데, 이를 통해 모임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다. 포럼, 강연, 온라인 스트리밍 등이 가능해 각종 기업, 단체들로부터 2000여건 이상의 제휴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제페토와 이프랜드는 K팝 스타들과의 협업을 통해 메타버스 내에서 팬덤이 형성되도록 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팬덤 문화를 메타버스 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페토에서는 블랙핑크 등 총 26팀의 아티스트 및 60여 개의 글로벌 브랜드가 제페토 월드 및 쇼룸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프랜드는 매주 다양한 K팝 라이브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이프랜드 글로벌 출시를 기념해 매주 다양한 K팝 라이브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오리지널 메타버스 K팝 콘텐츠인 ‘더팬라이브 토크온(The Fan Live Talkon)’은 해외 K팝 팬 층을 타겟으로 50% 이상 영어로 진행된다. 또 K팝 연습생 글로벌 오디션, 글로벌 신인 아이돌 육성 등 해외 팬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K팝 라이브 콘텐츠도 운영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프랜드는 올해 초 기준 누적 다운로드수 300만에서 지난 10월 1200만을 넘으며 4배 이상 성장했다”며 “경제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진출로 앞으로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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