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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산타 랠리’커녕 내년 상반기도 어렵다… “안전 벨트 꽉 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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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금리 인상 속도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증시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는 연말 지급되는 ‘보너스 효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오르는 ‘산타 랠리’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가 완화되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증시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왜일까.

이달 들어 미국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한 주 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4% 상승했고, S&P500지수도 1.13% 올랐다. 나스닥지수는 한 주간 2.09% 상승했다. 지난주 파월 의장이 “이르면 12월에 기준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될 수 있다”고 말하자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파월 의장은 워싱턴DC에 위치한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하는 시기는 이르면 12월 회의도 가능하다”면서 “금리 인상을 늦추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미 연준이 12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긴축 감속(減速)에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뉴욕 증시 상승에도 코스피지수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1월 28일~12월 2일) 코스피지수는 2434.33에 거래를 마치며 전주 대비 0.14% 하락했다. 5일에도 0.62% 하락했다. 미국 증시가 반등할 수 있었던 호재를 한국 증시는 소화하지 못한 셈이다.

조선비즈

5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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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산타 랠리를 기대하기보다 내년 상반기까지 증시가 조정을 이어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증시에 반영된 상태고, 오히려 기업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이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9월 코스피지수가 2100선까지 밀렸던 당시가 증시의 ‘바닥’이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내년 1분기까지 부진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경기 침체, 기업 실적 둔화 등으로 인해 연말 상승장을 기대하기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곳곳에서 경기 부진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미국 11월 ISM 제조업 지수도 예상치(49.7)를 하회한 49를 기록, 2020년 5월 이후 처음 수축 국면에 진입했으며 11월 한국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4.0% 감소(일평균 수출 -14.0%)하는 등 국내외 경제지표들이 역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반전을 기대하기보다는 추가적인 악화, 제조업 경기 하강속도 가속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완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당장 증시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봉쇄 조치 완화에 대한 기대도 너무 앞서갔다”면서 “중국의 부족한 의료 체계와 고령층의 저조한 백신 접종률을 감안하면 경기의 회복과정은 전진과 후퇴의 반복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시계를 넓혀도 전망이 밝지 않지만, 주목해야 할 투자 기회도 있다. 증권가에서 단기적으로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과도하게 주가가 떨어진 성장주, 중국 리오프닝 수혜 관련인 소비재 등을 꼽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어, 실적 전망이 하향된 업종을 중심으로 보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리오프닝 수혜 관련 종목으로는 아모러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의 화장품 관련주와, 항공주, 면세점주 등이 있다.

올해 사상 최악의 한해를 보냈던 화학·철강주들도 내년에는 실적 개선 기대감에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화학과 철강 기업들의 수요처로 부각되면서, 소비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업도 내년 2분기 이후 상승장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에도 내년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반등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의 내년 순이익은 26조7301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28% 감익하지만 2020년(26조908억원)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삼성전자에 대해 ‘반도체 불황’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고, 주가가 경기에 선행한다고 밝혔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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