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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시총 3조 넘던 위믹스 ‘상장폐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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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량 차이 끝내 소명 안돼… 신뢰 훼손 등 추가 사유도 영향

위믹스 운영사 위메이드 측 "본안 소송, 공정위 제소 통해 모든 것 증명하겠다"

세계일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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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최종 상장 폐지되면서 투자자 반발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위믹스가 끝내 상장 폐지돼야 했던 배경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50부는 위믹스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개별 거래소를 상대로 낸 거래 지원 종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위믹스는 4개 거래소에서 오는 8일 3시 거래 종료된다.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위믹스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DAXA)가 공통 결정해 상장 폐지한 사실상 첫 사례다.

닥사는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 때 거래소 간 각기 다른 상장·폐지 정책을 두고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출범한 단체다. 원화 마켓을 운영하는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공통 기준으로 문제되는 프로젝트를 솎아내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업계 자율규제 차원이다.

출범 후 닥사는 시장 자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업계의 자율적 노력이 평가받기 위해서는 원칙과 신뢰 확보가 절실했다. 그간 라이트코인(LTC) 등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서 금지한 다크코인을 상장 폐지한 사례는 있으나, 닥사 자체 결정에 따라 함께 상장 폐지한 사례는 없었다. 그 첫번째 대상이 위믹스가 된 것이다.

닥사가 위믹스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면서 밝혔던 사유는 '거래소에 보고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의 차이'다.

통상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프로젝트팀의 소통 부재, 사업 진척 상황 같은 주관적인 지표로 상장 폐지를 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와 달리 유통량 차이는 수치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다. 여러 거래소가 함께 결정하려면 주관적 사정보다 객관적 사유에 의해 상장 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위믹스가 이 같은 경우에 속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위믹스 운영사 위메이드는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16차례에 걸쳐 유통량 오류를 수정하는 등 소명 절차를 밟았다. 그럼에도 닥사는 지난달 24일 위믹스를 최종 상장 폐지하기로 했다.

거래소 측은 위믹스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유통량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자료마다 수치가 달랐다는 게 거래소 측 입장이다.

빗썸 측 변호인단은 지난 2일 가처분신청 심리에서 "위믹스가 16차례나 소명했지만 소명 자료 사이에서도 유통량이 일치하지 않았다"며 "신뢰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위믹스는 소명 과정에서 유통량의 기준과 관련해 견해 차가 있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위믹스 측은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 코코아파이낸스에 담보로 제공한 물량을 유통량으로 간주하지 않았지만, 닥사는 이를 유통량으로 간주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비트를 비롯한 거래소들은 유통량에 관한 견해 차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장 폐지를 결정한 또 하나의 이유다.

업비트는 코코아파이낸스에 제공한 담보 물량이 곧 유통량이며, 이에 대해선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위믹스 측은 유통량에 대한 견해 차이를 근거로 닥사의 상장 폐지 결정이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업비트 측 변호인단은 지난 2일 심리에서 "3580만개라는 상당량의 위믹스가 담보로 제공됐다. 담보 제공 행위 자체가 유통이고 처분이다"라며 "담보로 제공된 물량은 언제라도 매각(청산)돼 시장에 물량으로 나올 수 있으므로 담보 물량이 곧 유통량이라는 데 견해 차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닥사는 상장 폐지 공지를 낼 당시 유통량 차이 외 다른 카드를 더 꺼내들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은 모두 유통량뿐 아니라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을 주요 사유로 제시했다. 특히 "닥사의 거래지원 종료 여부 등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수차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발표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장현국 대표가 기자간담회 등에서 상장 폐지 가능성은 없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량 문제보다 이런 투자자 신뢰 관련 문제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비트는 지난 2일 심리에서도 또 하나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위메이드 운영사 임직원의 불법행위 연루 문제다.

업비트 측은 "위믹스는 코스닥 상장사 위메이드에 의해 운영되는데, 지금까지 임직원이 연루된 심각한 행위를 확인했다"며 "엄중안 사안이다. 이 부분은 자료와 사실관계를 정리해 재판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업비트는 따로 입장문을 내고 다시 한 번 위메이드를 비판했다. 업비트는 "위메이드가 위믹스 유동화 과정에서 위메이드 계열사 간 자금 동원에 위믹스를 이용하거나 상장사로서 제대로 공시해야 하는 정기보고서상 투자내역도 허위로 기재한 내역이 일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분은 투자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거래소에게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한편 위메이드는 7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일로 위메이드 주주, 위믹스 투자자분들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메이드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라면서도 "다만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내린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결정의 부당함을 밝히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위메이드 측은 "앞으로 진행될 본안소송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통해, 모든 것을 증명하겠다"라며 "위믹스 거래 정상화와 위믹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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