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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장연 시위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시켜라?…정치권 입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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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통공사 "아직 정해진 것 없어…대통령실 요청은 몰라"

"혼잡·소요사태 등에 따라 무정차 통과 기준 살펴보고 있어"

이태원 참사 이후 무정차 통과 등 지하철 안전대책 마련 중

여의도 정치권, 전장연 장애인 예산 6천억 증액 두고 이슈화

노컷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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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가 벌어지는 지하철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입김이 과도하게 개입되면서 재난·소요사태 등에 대응해 승객 안전을 위한 무정차 통과 취지가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장연 시위역 무정차 통과는 8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출근 시간에 전장연의 지하철 지연시위가 예상되는 역은 무정차하고 지나가야 국민 전체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며 "불법시위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에 "전장연 사태는 올초에 전장연의 불법시위에 무릎꿇고 언플(언론 플레이)하던 사람들이 책임지면 된다"는 글을 올리며 기름을 부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상훈 비대위원이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을 주요 문제로 제기하다가 지금은 6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며 "특정단체가 시민을 볼모삼아 수천억 원 혈세를 좌지우지 했다는 선례가 생기면 제2, 제3의 전장연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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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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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의 6천억 원 요구'는 현재 예비심사를 거친 국회 상임위별 예산안에 정부안보다 약 6천억 가량 증액된 요구사항을 말한다. 특별교통수단 도입보조 운영비, 장애인 활동지원비, 장애인 고용관리 지원 등이다. 여야가 정부 예산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전장연 지하철 시위 이슈가 불거졌다.

이는 '대통령실 관계자'나 '여권 핵심 관계자'가 서울시에 전장연 시위 지하철역을 무정차 할 수 있는지 문의했고, 서울시가 "다음주부터 시위가 벌어지는 역사는 무정차 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로 이어졌다.

정작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무정차 통과'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대통령실 등의 요청이 있었는지는 전날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현재 서울시와 협의 중에 있지만 그러한 요청이 있었는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승객의 안전을 위해 혼잡이나 밀집도에 따라 시위 등 소요사태가 있을 때 역장이 무정차 통과를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규정이 이미 있다"며 "규정이 다소 모호하다고 보고 상황에 따라 세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을 교통공사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내용(무정차 통과 조치 논의)이 있어 함께 검토하고 있고,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다"며 대통령실이나 정치권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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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의 현행 정관 사규 '무정차 통과 조치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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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는 이미 재난·소요사태가 있을 시 무정차 통과를 할 수 있는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관제업무내규 제62조(무정차 통과 조치)에 따르면 운전관제는 승객 폭주, 소요사태, 이례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과 협의하여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시킬 수 있다.

영업사업소 및 역업무운영예규 제37조(무정차 통과 조치) 역시 역장은 승객 폭주, 소요사태, 이례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상황을 종합관제센터에게 보고하고 열차 무정차 통과를 요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운전취급규정 제385조, 관제업무내규 제65조 역시 각각 생화학물질로 오염되거나 역사 내 시설물 화재나 연기 발생시 무정차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현 규정으로도 전장연 시위는 물론 승객 혼잡이나 밀집으로 인한 안전 우려 시 현장 판단에 따라 무정차 통과시킬 수 있지만 출·퇴근시간 이용객의 불편이나 민원이 제기되어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전장연이 시위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무정차 통과를 시킬 수는 없다. 시민 불편을 동반하기 때문에 단계별로 대응할 수 있는 수위나 매뉴얼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아무래도 이태원 사태 이후에 승객 안전과 역사 혼잡도나 밀집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이번 대책 논의에 영향을 준 것은 맞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전장연과는 별개로 지난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이태원역에 극심한 혼잡이 발생한 상황에서 열차 무정차 통과를 왜 하지 않았는지를 두고 경찰청 특수수사본부(특수본)가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대규모 혼잡이나 인구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책임과 대응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안전관리 대책을 대대적으로 보완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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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안전관리에 관한 이슈(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전장연으로 인한 정상운행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부적으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빠르면 연내 수립할 예정"이라며 "(무정차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 관련(요청) 여부는 알수 없다. 전장연 이슈가 계속 있어왔고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전반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무정차 통과 조치를) 최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기존 규정에 명시된 무정차 통과 조치를 보다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처럼 전장연 시위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는 정부 지자체의 안전관리 대책 수립 과정에 여의도 정치권의 입씨름이 더해지면서 시민들의 안전과 편익, 책임의 규명은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로 길거리에서 한 순간에 사람들이 끼이고 깔려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시민들은 심각한 불안과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다"며 "책임 규명과 국가 안전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 때 정부·여당이 시민사회·노동계 문제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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