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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피아니스트 꿈꾸다 조율사로 방향 튼 20대 이사라씨 “의사 같은 조율사 역할에 매력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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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와 관련해) 어떤 피아니스트의 요구 사항이라도 완벽하게 해결해 주고, 연주자가 최상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조율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지난달 아흐레 동안 진행된 ‘국내 피아노 조율사 양성 심화과정’ 참가자 중 막내로 유일한20대였던 이사라(27)씨의 포부다. 삼성문화재단은 2017년부터 사단법인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와 손잡고 피아노 조율사 양성 사업을 해왔고, 세계적 수준의 조율사 양성을 위해 올해 처음 심화과정을 신설했다. 지난 7월 교육 대상을 공모해 전국에서 20명을 뽑았다. 대부분 유능하고 경력이 오래된 조율사가 뽑혔고, 이씨는 ‘새내기 조율사’이지만 젊은 인재 양성 차원에서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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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피아노 조율사 이사라씨가 지난 8일 서울 금천구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교육실에서 피아노 조율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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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금천구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교육실에서 만난 이씨는 피아노 전공자였으나 조율사의 일에 매력을 느껴 진로를 틀었다고 했다. “7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음대 피아노과로 들어갔는데 피아노 구조와 소리가 나는 원리 등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어요. 그러다 제 피아노를 조율해주러 온 조율사님이 하는 일을 보면서 참 매력적인 직업이란 생각이 들어 대학 2학년 때 조율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그는 조율사의 매력으로 ‘피아노 의사’라는 점을 들었다. 음이 틀어지거나 잡소리가 나며, 건반 작동이 원활하지 않고, 음색이 아름답지 않는 등 피아노 상태가 나빠지게 될 때 건강한 상태로 고쳐주고 유지해주는 사람이란 것이다.

피아노 조율은 연주자가 최상의 연주를 할 수 있는 피아노 상태로 완성하기 위해 △현의 장력을 가감해 음률을 맞추는 ‘조율’ △건반·페달 등을 조절해 피아노가 정상 작동하도록 정돈하는 ‘조정’ △각 건반의 음질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정음’ 작업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이씨는 조율에 입문한 지 3년 만인 2018년 피아노 조율 기능경기대회 대상을 받아 산업기능사 자격을 획득한 뒤, 2020년 산업기사 자격시험에도 합격해 그랜드 피아노까지 손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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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끈기와 섬세함’을 꼽은 이씨는 연주자와의 소통 능력도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피아노 전공자인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연주자마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소리로 음악을 표현하고자 하는데 피아노를 쳤을 때 소리가 그 표현을 못할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피아노를 전공한 조율사는 연주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보다 수월하게 음악적 소통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조율한 피아노를 연주자가 친 다음 보이는 반응의 의미도 바로 알아차리고 대응할 수 있지요.”

하지만 부품이 4800개 정도나 들어가는 피아노의 특성을 꿰뚫고 연주자가 원하는 소리를 조각할 수 있는 조율사가 되려면 자질만으론 부족하다. 땀을 흘린 시간과 경험이 오랫동안 축적돼야 한다. 이씨는 “한 피아노과 교수님이 ‘따뜻하면서도 무거운 소리가 나도록 해달라’고 조율을 의뢰한 적 있다. 추상적인 요청이라 (긴장감 속에) 온종일 매달려 작업했지만 불만을 표시하더라”며 “더 많이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지난달 조율사 양성 심화과정 참가를 소중한 기회로 여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씨 등 교육생 20명은 해외 강사로 세계적 피아노 조율사인 롤랜드 지니커, 국내 강사로 오스트리아에서 피아노 조율 마이스터 과정을 밟은 뵈젠도르퍼 피아노 전문가 박성환, 스타인웨이 피아노 전문가 서인수, 국내 1호 피아노 조율 논문 저자인 임종구 조율사에게서 맞춤형 이론·실습교육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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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젊은 조율사들이 새로운 기술과 작업 방법을 배울 기회가 쉽지 않는데 이번 과정을 통해 지식적·기술적으로 한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며 ‘피아노 명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삼성문화재단은 역량 있는 피아노 조율사 양성을 위해 해외 유명 피아노 제작사에 기술연수 파견 기회도 주고 있다. 기술연수 파견은 현재까지 총 40명을 선발해 23명이 연수를 마쳤다. 내년에는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스타인웨이(독일·중국), 야마하(일본) 외에 자일러(독일), 뵈젠도르퍼(오스트리아), 가와이 (일본) 등 다양한 해외 연수 기관 파견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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