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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남욱 “이재명이 원하는 대로 사업 끌고 갔고, 우린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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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수익 늘리려고 아파트 용적률 상향·서판교 터널 건설 일괄로 결정했다고 증언

세계일보

공동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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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수익을 늘리기 위해 아파트 용적률 상향, 서판교 터널 개통 등을 일괄로 결정했다고 민간 사업자인 변호사 남욱(사진 앞줄 오른쪽)씨가 법정에서 증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대표가 선거에서 공약했던 '제1공단 전면 공원화' 사업 비용을 대장동 개발 수익으로 마련하려고 다양한 수익 확보방안을 결정했다는 게 남씨의 주장이다.

남씨는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1공단 공원화 비용을 달라고 얘기했다"며 "그런데 당시에는 2000억원 규모의 공원화 비용을 주게 되면 수익이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 용적률을 상향하고, 임대 아파트 비율을 낮추고, 서판교 터널을 뚫어야 사업 수익이 늘어날 수 있었다"며 "공원화 비용을 만들기 위해 이재명 시장이 그런 결정을 일괄적으로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남씨에 따르면 2013년 하반기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공사 측과 민간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에서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됐다고 한다. 남씨는 "회의 이후 유동규 본부장과 정진상 실장을 통해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씨는 아울러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공원화 조성 비용만 대면, 나머지 이익은 모두 민간사업자 몫이라는 성남시 방침을 여러 차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동업자 김만배 씨에게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재선을 위한 공약 이행이 중요해서 이 시장이 공원화 사업에 의지를 보였던 게 아니었느냐'는 검찰 질문에 "맞다, 그게 1번 공약이었다"며 "이재명 시장의 의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남씨는 또 "이 사건은 이재명 시장이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사업을 못 하게 하겠다'고 해서 시작됐다"며 "그래서 본인의 의사결정대로 용적률을 올려주고 터널을 뚫고 임대아파트를 줄여줬다. 그걸로 결국 도지사 선거에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린 계속 따라갔다. 우리가 이것저것 '해주세요' 한 게 아니라 계속 끌려가면서 일이 진행됐다"며 "결국 이재명 시장이 원하는 대로 사업을 끌고 갔고, 그렇게 사업이 됐고 나중에는 지분까지 가져갔다"고 부연했다.

남씨는 이날 증언 과정에서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측 지분'이 있다는 자신의 종전 증언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이 "증인이 말한 '이재명 측 지분'에는 누가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나"라고 묻자, 남씨는 "이재명, 정진상, 김용, 그리고 유동규 본부장도 포함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김만배씨 측 변호인이 "김만배 피고인은 이재명 시장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재명 측'에서 이재명 시장이 빠질 수 있나"라고 묻자, 남씨는 "잘 모르겠다"며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검찰은 남씨가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의 대화'를 동업자 정영학 씨에게 전하는 녹취록도 공개했다.

남씨의 전언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이 '지금 진행하는 것은 다 제가 알아서 할 거고, 돈 만들어서 1공단 공원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자 이 대표는 '그래, 네가 알아서 해라. 나는 공원만 만들면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남씨는 이 대화 내용을 유 전 본부장에게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다.

성남 구도심에 있는 1공단 부지의 공원화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내세운 대표 공약 중 하나였다. 시장 당선 후 그는 공원화 사업 진행 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개발이익의 사회 환원을 이룬 모범 사례라고 홍보했다.

그는 2015년 1월 주민 간담회에서도 "1공단은 공원으로, 대장동은 개발해서 주거(단지)로 하면 시 입장에서는 더는 특별히 남기지 않아도 된다"며 "공원 만드는 것만 해도 2천억원 정도 가치가 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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